18일 정오 서울 중국 대한문 앞 집회에선 좀처럼 듣기 힘든 추도사가 낭독됐다. 주최측은 친박(친박근혜)단체 모임인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총궐기 운동본부’(국민저항본부).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한 10일 시위를 벌이다 사망한 김모(72)씨, 이모(74)씨, 김모(67)씨에 대한 영결식과 추모제를 겸한 자리였다.

친박단체는 이들을 ‘열사’로 호칭했다. 친박단체 측은 추도사에서“함께 탄핵 각하를 외치던 이 곳은 그대로인데, 왜 우리는 열사님들을 사진으로만 볼 수 있나. 빼앗긴 열사님들의 고귀한 생명과 빼앗긴 애국심에 대한 보상을 반드시 실현시키겠다. 너무나 억울해 이 곳을 떠나지 못하는 열사님들, 우리는 살아남아 더 똘똘뭉쳐 파괴된 법치를 되찾고, 종북을 몰아낸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했다.
기독교계 목사들 역시 대거 등판했다. 이들은 기도와 찬송가를 친박단체를 응원했다. 한 목사는 연단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며 “이번 대선은 빛과 어둠의 싸움이고, 보수와 좌파 종북의 싸움”이라고 울부짖었다. 그러자 집회 참가자 일부는 “맞습니다!”, “빨갱이들을 다 잡아죽여야 한다”고 호응했다.
친박단체는 추도사에서 ‘열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원흉으로 헌재, 언론, 국회 등을 지목했지만, 경찰의 판단은 다르다. 서울과학수사연구서에서 이들을 부검했더니 두 명은 특별한 외상이 없어 심장에 이상에 생겨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고, 다른 한 명은 또 다른 탄핵반대집회 참가자의 불법행위로 사망했다. 당시 다른 참가자 정모(65)씨가 경찰 버스에 멋대로 시동을 걸어 차벽차량을 들이받다가 경찰버스 뒤에 있던 소음관리차량 스피커가 떨어져 김모씨에 맞아 사망했다는 것이다. 정씨는 곧바로 검거돼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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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단체측이 나눠준 태극기 |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김기수 변호사는 “세 분의 사망자가 시위 현장에서 사망한 것은 광주사태 이후 처음이고 시위 현장에서 시민이 현장에서 즉사한 것은 6.10. 항쟁 당시 이한열 열사 이후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사인과 관련해 “경찰차량 소음관리 차량 스피커가 이탈해 그 스피커에 충격되어 현장에서 사망했다. 경찰 장벽을 넘으려고 하다 사고를 당했다. 경찰차벽을 넘고 안국역 사거리를 거의 다 건너가 행렬 최선두에 서시다가 여러명이 넘어지면서 압사로 현장에서 돌아가셨다”고 주장했다.
정광택 국민저항본부 공동대표는 “양심을 던져버린 채 엉터리로 국민을 농락하는 세력에 맞서 항거하다 끝내 조국에 목숨을 바친 애국심에 우리 모두는 고개를 숙인다”며 “조국의 공산화를 막아야 한다며 누구보다 앞장서셨던 뜨거운 나라사랑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눈물도 흘렸다.
이날 주최측은 30만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참가인원이 많지 않다며 대한문앞 인근 2개 차로만 통제했다. 이들 친박단체는 오후 3시30분쯤 대한문 앞에 재집결해 본 집회를 열기로 했다.
배민영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