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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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색] 아슬아슬한 홍준표 독설화법… 제2의 트럼프될까

자유한국당 대선 경선에 나선 홍준표 경남지사가 막말과 독설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보수 지지층 내부에선 홍 지사의 시원한 언변과 화법을 ‘사이다’라고 치켜세우는 쪽과 도가 지나친 막말로 스스로 본선 경쟁력을 깎아먹는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공격적이고 직설적인 언변으로 예상을 뒤엎고 미국 45대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를 홍 지사가 벤치마킹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홍 지사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18일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한 발언으로 또 다시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홍 지사는 이날 대구 서문 시장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게 될 경우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자살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처럼 자살을 검토하겠다”는 대목을 3번이나 강조해서 얘기했다. 실언이 아니라 의도된 발언이었던 셈이다.

홍 지사는 지난달 28일에도 경남 창원에서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찬을 한 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가리키며 “민주당에서 1등 하는 후보는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오히려 “노 전 대통령이 뇌물 먹고 자살한 것은 팩트”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홍 지사의 거듭된 독설에 민주당은 “인륜을 저버린 추악한 언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홍 지사의 파렴치한 망언 릴레이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추악한 입으로 고인을 모욕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홍 지사는 이날 한국당 1차 예비경선을 통과한 6명의 후보 중 한 명이다. 당 경선관리위원회가 컷오프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진 않았지만, 홍 지사는 ‘태극기 집회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김진태 의원과 함께 선두권을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본선 경쟁력 부문에서는 김 의원보다 홍 지사의 손을 들어주는 쪽이 더 많다. 친박(친박근혜)계인 김 의원은 소위 ‘태극기 민심’이라고 불리는 강경 보수층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사실상 외연 확장 가능성은 0에 가깝다. 반면 비박계인 홍 지사는 상대적으로 박근혜정부 공동 책임론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범보수 후보단일화 시나리오의 측면에서도 홍 후보가 후보가 돼야 성사 가능성이 높아지는 측면이 있다. 김 의원이 한국당 후보로 결정되는 즉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적대감이 상당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연대 협상의 문을 닫아버릴 수밖에 없어서다.

당내에서 홍 지사의 ‘입단속’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선구도가 홍 지사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는 만큼 무리한 언사는 자제하고 안정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직설화법은 홍 지사의 인지도를 올리고, 보수 지지층을 결속하는 데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경선 이후에는 홍 지사의 과거 언행이 공세의 빌미로 작용해 외연 확장력과 본선경쟁력을 떨어지게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