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는 한국경제를 상징하는 키워드다. 지난 수년간 주택시장을 떠받치고, 경제성장률을 지탱하는 힘의 원천이었다. 이른바 ‘부채 주도 성장’이다. 재정을 푸는 데는 인색했던 정부는 가계빚 늘리는 데는 적극적이었다. 그 결과 가계부채는 무섭게 늘었고, 마침내 금리상승기를 맞아 한국경제의 최대 난제로 부상했다. 지난 수년간 집값을 띄우던 가계부채는 앞으로 더욱 내수를 짓누르며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가계빚에 기댄 단기부양책의 부메랑이다. “가계부채는 경제정책 실패의 결과이자 증거”라는 평가가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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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에 반발해 단체 관광객의 한국 방문을 금지한 지 닷새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이 평소 주말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상윤 기자 |
가계부채는 작년 말 1344조3000억원이다. 이중 51%인 684조원이 집에 물려 있는 주택담보대출이다. 금리 상승이 지속되면 빚상환 부담에 짓눌려 위기를 맞는 한계가구가 속출하고, 주택시장도 위축될 것이다. 1344조원 가계부채에서 비롯될 위험들이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다. 실질 가계부채는 여기에 α(알파)를 더해야 한다. 사실상 가계부채인 소규모 자영업자 부채다. 가계부채 중 가장 취약한 고리로 지목된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19일 “자영업자는 다른 업종에 비해 소득증가 수준이 낮고 대출형태도 경기민감도가 큰 비주택 부동산담보대출이 대부분”이라며 그 위험성을 지적했다. 가계부채 공식통계에서 빠져 있는 자영업자 부채야말로 가장 위험한 가계부채인 셈이다.
α가 얼마인지는 알 수 없다. 정부나 민·관 연구기관 어디에도 자영업자 부채에 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추산해볼 수 있는 통계가 자영업자들이 이용하는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다.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은 464조5000억원이다. 단순히 이를 더하면 가계부채는 1800조원대에 달한다. 그러나 개인사업자 대출엔 덩치가 큰 기업형 개인사업자도 있고, 의사,변호사와 같은 고소득 사업자도 포함돼 있다. 개인사업자 부채 전체를 사실상 가계부채로 볼 수는 없고, 가계부채로 간주할 만한 대출도 모두 취약한 것은 아닌 셈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개인사업자 대출을 차주별로 분석한 미시 데이터는 아직 없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