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기량 저하 뚜렷… 숙제 남긴 썰매대표팀

막 내린 8차 평창 월드컵 홈 이점에도 부진 비상
19일 봅슬레이 4인승 경기를 끝으로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6∼17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8차 평창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썰매는 트랙마다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개최국 선수가 유리하다. 그러나 한국은 스켈레톤 윤성빈(23·강원도청)의 은메달을 빼면 이렇다 할 성적을 낸 선수가 없다. 올림픽이 1년도 채 남지 않으면서 이번 평창 월드컵은 썰매 대표팀에 여러 숙제를 남겼다.

세계랭킹 1위인 마틴 두쿠르스(33·라트비아)와 0.01초 피 말리는 승부를 가린 윤성빈은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봅슬레이 대표팀은 갈수록 기량이 저하돼 우려를 낳고 있다. 원윤종-서영우는 지난 18일 펼쳐진 봅슬레이 2인승 경기에서 1, 2차 시기 합계 1분41초22로 5위를 차지했다.

봅슬레이 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는 장비와 이를 담당하는 스태프 교체라는 지적이다. 올 시즌 중반 썰매 날을 관리하던 스위스 출신 한슐리 쉬즈, 파비오 쉬즈 부자가 대표팀을 떠나면서 원윤종-서영우조의 성적이 추락했다

봅슬레이 대표팀 원윤종(앞)과 서영우가 18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평창 월드컵 8차대회에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이용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총감독은 “쉬즈 부자가 떠난 뒤 총체적인 문제가 생겼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번 대회기간 이들을 만났다. 복귀 가능성이 90% 이상이다. 그들도 돌아오고 싶어하고 조건이 맞다. 하지만 아직 계약한 상황이 아니니 지켜봐야 한다”고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썰매 기능에도 문제가 제기된다. 현대자동차는 봅슬레이 대표팀을 위해 맞춤형 썰매를 특수 제작했다. 하지만 성적이 신통치 않자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기존에 타던 라트비아 썰매를 다시 들고 나왔다. 계약조건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봅슬레이 대표팀은 내년 올림픽에서 현대차 썰매를 타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감독은 “라트비아산과 현대차 썰매가 큰 차이는 없다. 선수의 심리적 부담을 떨치기 위해 이번에는 편안한 썰매를 택한 것이다. 현대차와 얘기해 100% 상태로 맞추겠다. 현대차에서 썰매 날도 100개 정도 제공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봅슬레이는 코스마다 특성에 맞게 썰매 날을 바꿔가며 주행해야 하는데 100개가 넘는 날을 쓰는 유럽 선수들과 달리 한국은 실전에서 쓸 수 있는 날이 2∼3개에 불과했다.

반복 연습을 통해 자신감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성빈과 원윤종-서영우는 1차시기에서 각각 1위와 2위를 기록했지만 2차시기 성적이 다소 처져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홈에서 더 잘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극복해야 메달 전선이 더 쾌청할 전망이다. 평창 슬라이딩센터는 다음달 녹였다가 연말 다시 얼린다. 슬라이딩센터는 코스마다 얼리는 정도에 따라 난도가 달라진다. 이 총감독은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올림픽 전까지 500번 더 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총감독은 “내년 1월 15일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출전 명단이 올라가고 이후 개막 전 3주간 실전 장소에서 훈련하는데 그때가 승부처다”고 각오를 다졌다. 원윤종은 “연습 시 난코스인 2, 9번 커브를 집중 공략하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