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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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대선 매니페스토 2.0 - 미래와의 약속] 배우 곽도원이 말하는 민주주의, 선거

[릴레이 인터뷰] “토론 통해 결론 내는게 민주 정치… 정책은 국민 것이어야”
“선거는 똥물에서 진주를 꺼내는 거야. 손에 똥 안 묻히고 진주를 꺼낼 수 있겠어, 없겠어?”

다음달 개봉 예정인 영화 ‘특별시민’에서 서울시장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나오는 배우 곽도원(44)이 캠프에 합류한 신입에게 던진 대사다. 지난 17일 서울 광진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설령 권력을 잡는 과정이 그럴지라도 정책만큼은 국민을 위한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어느날 문득 ‘정치 무관심’이 매우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배우 곽도원이 지난 17일 서울 광진구의 한 카페에서 정책선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곽도원은 지난해 영화 촬영에 들어가면서 사전으로 ‘정치’, ‘선거’ 등의 낱말을 찾아봤다고 한다. 그는 “정치의 뜻이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행사하는 활동’이더라”라며 “권력을 손에 쥐어주는 행동이 선거인 만큼 잘 뽑아야겠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권력 획득을 위해서는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친구도 없이 어떤 짓도 할 수 있는 것이 정치가 아닌가 싶었다”며 “하지만 그런 행동들까지도 국민을 위해, 유권자를 위해 쓰이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 뉴스를 보며 한숨을 짓다가도 “그래도 좀 잘 해야지” 하는 넋두리쯤은 할 수 있는 정치, 정치인을 보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여느 청춘처럼 곽도원의 20대 역시 정치가 끼어들 자리가 없었다. 무명시절 연습과 공연, 무대를 오가는 삶에 치이다 보니 자연스레 정치와 선거는 먼 이야기였고, 투표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공사판 아르바이트 일당 2만5000원에서 소개비, 교통비 등을 떼면 집에 1만6800원을 가지고 가던 때였다.

그는 그러다 문득 ‘무관심’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깨달았다고 했다. 어쩌면 오랜 시간에 걸쳐 주입된 정치 무관심일지도 모를 터였다. 마침 그의 출연작 캐릭터들이 그런 세태를 대변하기도 한다. 무고한 시민을 고문하고는 “나같이 빨갱이 때려잡는 사람이 있으니까 너희가 안녕하게 지낸다”는 차동영 경감(‘변호인’)에 이어 “난 네가 깡패인지 아닌지 관심이 없지만 내가 깡패라고 하면 너는 그냥 깡패”라는 조범석 검사(‘범죄와의 전쟁’)의 시대가 그랬다.

어렸을 때 어머니로부터 “밖에 나가서 대통령 욕을 하면 끌려간다”는 당부를 들었다고 한다. “옆집 아저씨가 삼청교육대에 끌려갔다”는 이야기가 나돌던 시기였다. 그래서 곽도원의 어린 시절 대통령은 ‘관심을 두면 안 되는 사람’으로 각인돼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최근의 대통령 탄핵 사태는 감회가 새로웠다. 그는 이번 사태를 “알에서 깨어나는 고통”이라고 표현했다. “이번 일로 인해 이제 진짜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운을 뗀 곽도원은 “무소불위의 권력은 없고, 온 국민이 대통령 역시 국민의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라며 “알에서 깨어났을 때 비치는 첫 햇살을 받는 느낌이 이렇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영화에서 선대위원장 역할을 맡으며 들여다본 선거는 어땠을까. 그는 ‘토론’의 중요성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민주정치라는 건 기본적으로 싸움이 없으면 안 된다고 느꼈다”며 “싸움은 주먹을 쥐고 하는 게 아니라 끝없는 정책토론을 통해 의견을 말하고, 그 의견을 바탕으로 결론을 내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곽도원은 선거를 ‘당선되는 것’이 아니라 ‘뽑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가장 의미 있었던 선거가 언제였느냐는 우문에 현답이 돌아왔다.

“(선거는) 내가 지지하는 공약을 내건 후보가 당선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투표소에 가 투표용지 안에 정확히 맞춰 도장을 찍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가 뽑히든 안 뽑히든 그 도장 한 번을 찍기 위해 준비했던 과정이 아까운 시간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떤 선거를 집어 ‘특히 의미 있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특별기획취재팀=김용출·백소용·이우중·임국정 기자 kimgija@segye.com

●곽도원은


△출생:1973년 5월 17일 서울
△소속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주요 출연작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2012), 타짜-신의 손(2014),곡성(2016), 아수라(2016)
△주요 수상내역
-제23회 부일영화상 남우조연상(2014), 제34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남우조연상(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