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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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보위기 와중에 한·미동맹 균열 키우는 대선주자들

미, 초강경 대북 메시지 던져
북, 로켓엔진시험으로 맞대응
경선후보 안보 언행 신중해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한·중·일 순방에서 초강경 대북 메시지를 잇달아 던졌다. “비핵화 결단 때까지 북한과의 대화는 없다. 제재 수위를 더 높일 것이며, 북한이 선을 넘으면 군사행동도 테이블에 올리겠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북한이) 여러 해 동안 미국을 가지고 놀았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이런 기조를 담은 새 대북정책을 곧 내놓을 예정이다.

북한은 로켓엔진 시험으로 맞받아쳤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그제 평안북도 동창리 장거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신형 고출력 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참관했다. 그는 “오늘 이룩한 거대한 승리가 어떤 사변적 의의를 가지는가를 온 세계가 곧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본토를 겨냥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북한이 ‘강대강’ 대결로 치닫는 양상이다.

이런 판국에 한·미동맹마저 예전 같지 않다. 틸러슨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동맹국’으로, 한국을 ‘동북아의 안정과 관계가 있는 하나의 중요한 파트너’로 규정했다. 트럼프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를 최고의 위치에 놓고서 한국과의 관계는 차순위로 설정했다는 뜻이다.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는 한·미동맹을 ‘린치핀’(수레의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축에 꽂는 핀), 미·일동맹을 ‘코너스톤’(건물 기둥을 떠받치는 주춧돌)에 비유했다. 틸러슨 장관의 이번 발언은 한·미동맹의 핵심적 가치가 손상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의 변화는 우리 사회의 반미 정서와 무관치 않다. 무엇보다 진보세력에 편승해 반미 발언과 정책을 쏟아낸 정치 지도자들의 책임이 크다.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경선후보는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 “다음 정부로 넘겨라”고 정부를 압박한다. 친문세력이 포진한 한반도평화포럼은 미국을 향해 “소란스러운 국내 정세를 틈타 야밤에 도둑질하듯 무기(사드)를 가져다놓았다”고 삿대질했다. 이재명 후보는 “사드 알 박기 중단”, “사드 철회”를 외치고 있다. 국민의당 손학규 경선후보는 그제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주장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조치에 역행하는 발언이다. 만약에 우리가 미국이라면 이런 동맹국을 믿을 수 있겠는가.

대선주자들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안보에 대해선 발언을 신중히 해야 한다. 국가 안보를 자신의 인기에 이용하는 후보는 나라를 이끌 자격이 없다. 말 없는 다수 국민들이 후보들의 언행 하나하나를 주목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