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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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 품격’ 해치는 막말 정치인, 퇴출 1순위다

대선주자들의 거친 입이 또 말썽이다. 자유한국당의 대선 예비경선에 나선 홍준표·김진태 후보의 발언은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홍 후보는 그제 기자회견에서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유죄가 되면 노무현 대통령처럼 자살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8일에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민주당에서 1등 하는 후보는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쏘아붙여 고인을 욕보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은 “인륜을 저버린 추악한 언사”라고 반발했다.

홍 후보는 경쟁자인 김 후보를 ‘걔’, ‘애’라고 부르며 “앞으로 애들 얘기해서 열 받게 하지 마라”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우겠다는 자신의 출마 선언 장소(대구 서문시장)를 김 후보가 “거기 가면 박 전 대통령이 생각나지 않을까요”라고 비꼬자 막말로 응수한 것이다. 집권 여당의 대표까지 지낸 유력 정치인의 언행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김 후보는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는 말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그러나 개의치 않고 “‘망나니 특검’이 짐 싸서 집에 갔다”며 태극기 집회를 선동했다. 홍·김 후보의 험한 화법은 여권의 반노·반문 정서나 ‘박근혜 동정론’을 자극해 지지층을 결속하려는 노이즈 마케팅의 일환이다. 경선전이 치열할수록 강도가 심해질 공산이 크다.

막말은 대선주자에게 국한된 게 아니다. 문 전 대표 측근인 손혜원 의원은 지난 9일 노 전 대통령 서거가 “계산된 것”이라고 발언해 경선캠프 홍보부본부장직을 사퇴했다. 문재인 캠프의 문용식 가짜뉴스 대책단장은 14일 SNS에 문 전 대표에 대한 유언비어 유포자를 비판하며 “저의 모토는 한 놈만 팬다. 걸리면 죽는다”라고 적어 설화에 휘말렸다.

상대를 향한 분노와 증오를 표출하는 막말은 갈등과 분열을 부추긴다. 사회 통합을 가로막고 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암적 존재다. 미국 사회가 대선 이후에도 두 쪽으로 갈려 대치하게 만든 ‘트럼프 현상’은 대표적이다.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막말 정치인의 존재감은 커졌을지는 몰라도 우리 사회와 국민의 스트레스는 쌓이고 있다. ‘한국판 트럼프’, ‘홍트럼프’로 불리는 홍 후보는 자성해야 한다. 유권자들의 자세도 중요하다. 품격을 상실한 정치인은 지도자감이 될 수 없는 퇴출 대상 1순위다. 이들에게 지지를 보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