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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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미안"-노태우, "협조 안해"-전두환, "면목 없다"-노무현, 朴 "…"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검찰 소환조사를 받는다.

지난 1995년 11월 1일 노태우, 같은 해 12월 3일 전두환, 2009년 4월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4번째이자 8년만에 검사 앞에 앉은 전직 대통령이 됐다.

전직 대통령은 검찰을 상대할 때 각자 처한 상황과 평소 성향에 따라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자존심이 강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면목 없는 일"이라는 표현을 한 반면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 노태우 전 대통령은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이와 달리 오랜 세월 군부실세로 위세를 떨쳤고 보스기질이 강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어떤 협조도 하지 않겠다"며 골목길 성명을 발표했다.

▲ "면목없는 일"이라는 말로 억울함, 분노, 착잡함을 드러냈던 노무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2009년 4월 30일 아침 버스편으로 경남 봉하마을을 출발, 오후 1시 20분 대검찰청에 왔다.

이동중간 수행원들은 휴게소에 들려 개인적 용무를 봤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내리지 않았다.

대검에 도착한 노 전 대통령은 봉하마을 출발당시 "국민에게 면목 없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면목이 없는 일이죠. 다음에 말하겠다"며 착잡한 표정을 한 채 검찰청으로 들어갔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약 13시간 가량 조사를 받은 후 다음 날인 4월 21일 새벽 2시 귀가했다.

▲ 마피아 영화처럼 부하들을 뒤로 한 채 "검찰 요구에 협조 안해" 골목성명 전두환

전두환 전 대통령은 '12·12 쿠데타'와 '5·18 광주민주화 운동' 과 관련해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소환요구를 받았다.

하지만 1995년 12월 2일 연희동 자택 앞에서 '골목성명'을 발표하고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5분간 참배한 뒤 고향인 경남 합천으로 내려가 버렸다.

코트 차림의 전 전 대통령의 충복 장세동 전 안기부장 등 옛 부하들을 대동한 채 골목길에 서서 "대통령 김영삼의 문민정부는 5공과 6공에 대해서 과거사 청산이라는 근거도 없는 술책을 통해서 왜곡하려고 했다"며 "다분히 현 정국의 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보아 저는 검찰의 소환요구 및 여타의 어떠한 조치에도 협조하지 않을 생각이다"고 자신에 찬 목소리를 검찰에 정면대응했다.

이에 김기수 당시 검찰총장은 최환 서울지검장에게 '도주한 전 씨를 체포하라'고 지시, 검찰은 사전구속영장을 발부 받아 12월 3일 새벽 합천군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체포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안양교도소로 수감돼 검찰 조사를 받았다.

▲ "모든 책임은 나에게", 납짝 엎드린 노태우

노태우 전 대통령은 '4000억원대 비자금 사건'에 따라 1995년 11월 1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소환을 받았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소환을 받은 전직 대통령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세운 노태우 전 대통령은 검찰 포토라인에 서서 "정말 미안합니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습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16시간여의 강도높은 조사를 받은 뒤 다음 날 새벽 2시 검찰청사를 나왔다.

역시 기다리던 취재진들에게 "다시 한번 국민에게 죄송하다"라는 의례적 사과의 말을 남긴 뒤 차에 올라탔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