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21일 오전 9시15분 서울 삼성동 자택을 출발해 9시23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했다. 이동거리는 약 5.5㎞. 짧은 시간과 거리였지만 밤새워 박 전 대통령을 기다린 지지자들의 마중은 언제나처럼 요란했다.반면 피의자 신세가 된 초라한 전직 대통령과 극성스러운 지지자들을 바라보는 삼성동 주민들의 시선은 냉랭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남정탁 기자 |
박 전 대통령은 옅은 미소를 띤 얼굴로 지지자들을 바라보며 “아이고 많이들 오셨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까이서 취재한 방송사 카메라 기자가 입모양을 보고 추측한 것이다. 취재진이 “국민께 한 말씀해 달라” “헌법재판소 결정에 불복하는가” “검찰수사에 어떻게 임할 건가”라고 질문을 던졌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억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소환 조사가 이뤄진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탄핵 무효” 등을 외치고 있다. 이제원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무효 등을 주장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
그러나 검찰에 출석하는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극성스러운 마중을 바라보는 삼성동 주민들과 출석 장면을 직접 보기 위해 일부러 자택을 찾은 인근 지역 주민들의 시선은 차가웠다.
양모(52)씨는 “법대로 해야 한다. 평범한 시민들도 잘못하면 법대로 처벌받는데, 전직 대통령이라고 예외인가”라며 “본인이 당당하다면 수사받고 누명을 풀든지, 아니면 그에 맞는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사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은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인근에서 노동당 관계자들이 박 전 대통령의 구속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
박 전 대통령의 차량이 삼성동을 떠나 봉은사로로 진입하자 경호차량과 경찰 오토바이들이 차량 앞뒤를 에워쌌다. 경찰의 교통통제로 차량은 선정릉역 사거리, 선릉역 사거리를 지나 테헤란로로 빠르게 진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도착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주요 교차로와 지하철 역 인근에서는 시민 수십명이 모여 박 전 대통령의 차량 행렬을 사진으로 찍기도 했다. 또 반대 방향에서 운행하는 차량에 탑승한 시민들은 박 전 대통령 행렬을 직접 보기 위해 차창에 얼굴을 바짝 붙이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인근에서 박 전 대통령 차량 행렬을 지켜본 김모(27·여)씨는 “법원에 민원장을 제출하러 왔는데, 청사 진입을 아예 막아버렸다”며 “탄핵까지 됐는데, 전직 대통령치고는 너무 과한 예우가 아닌가” 하는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