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의 트럼프타워에서 멜라니아와 머물다가 6월쯤 함께 백악관으로 거처를 옮기는 막내아들 배런을 애지중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런을 제외하면 4명의 자식은 모두 성인이다. 성인 자녀들 중 트럼프 대통령이 유독 챙기는 자식은 이방카(사진)이다. 이방카는 다섯 자녀 중 둘째이며 맏딸이다. 이방카는 남편 재러드 쿠슈너와 함께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아버지를 지근거리에서 도왔다. 쿠슈너는 유대계라는 점을 십분 활용해 트럼프 캠프와 유대인 유권자의 거리를 좁히는 역할을 했으며, 이방카는 여성과 환경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의제를 제시하며 표심을 뚫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이후 백악관 고위직과 내각 각료를 고르는 과정에서도 맏딸 내외를 옆에 두고 의견을 청취했다. 대통령 취임에 즈음해 이방카와 쿠슈너는 뉴욕을 떠나 워싱턴 백악관 인근으로 이사했다. 이방카와 쿠슈너를 곁에 두고 싶어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쿠슈너를 백악관 선임고문으로 임명했다. 야당과 언론의 비판을 받았지만 동요하지 않았다. 이방카는 직책없이 자주 백악관을 찾았다.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가 백악관 대신 트럼프타워에 거주하는 동안 퍼스트레이디 대행 역할을 맡은 것이다. 이방카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미·독 정상회담에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등 멜라니아의 빈 자리를 메웠다.
이방카는 21일(현지시간) 새로운 직책을 부여받았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방카에게 트럼프 정부에 광범위한 조언을 하는 자문역을 맡겼다고 발표했다. 이방카가 공식 직함 없이 백악관 업무공간인 ‘웨스트 윙’(서쪽 별관)에 사무실을 얻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나온 설명이었다. 마침 뉴욕에 거주했던 멜라니아가 학기가 끝나는 6월쯤 백악관으로 거처를 옮긴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지던 무렵이었다. 이방카는 “최근 대통령 중에는 장성한 자녀를 둔 경우가 없었다”며 “공직자들에게 적용되는 윤리규정을 충실히 따르겠다”고 밝혔다.
ABC방송 등 미 언론은 이방카가 기밀취급 인가를 받고, 정부의 통신장비도 제공받게 된다고 보도했다. 전례가 없는 일이 진행되자 우려의 목소리도 불거졌다. CNN방송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패션·보석 브랜드 회사를 소유한 이방카가 백악관의 자문역을 맡은 점을 문제 삼았다. 윤리문제와 이해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