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동북아역사재단 사무총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윤 대표가 몇몇 대선후보들을 직접 만났다는 사실이 보도됐다”며 “우리의 슬픈 현실”을 보여준다고 썼다. 그는 “미국이 아무리 세계 최강국이고 동맹국이라 해도 우리 외교부의 국장급도 안 되는 관리가 대선 후보들을 만났다”며 “친미냐 반미냐의 얘기가 아니라 나라의 품격에 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1일 안총기 외교부 제2차관과의 면담을 위해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자료사진 |
그는 이어 “그 후보들 중 대통령에 당선이 되는 사람은 당선 다음날 한국 주재 소위 4강대사들을 자랑스럽게 만나고 또 당선자 특사를 보낸다고 할 수 있다”이라며 “최근 두 대통령 당선자(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가 그랬는데, 참고로 이 세상에 그렇게 하는 나라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십년 전 쯤 대통령 당선자 측근에게 그런 창피한 일 좀 하지 말라고 했지만, 당선자가 참모들의 말을 안 들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외교부에 재직 중이던 1987년 당시 일화를 소개하며 “외교부 일본과에서 근무하던 시절, 일본 외무성 한국과장이 한국 정세를 살핀다고 서울에 와서 우리 과장과 만찬을 하면서 유력한 야당 대표를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우리 과장이 ‘어떤 사람을 말하는지 모르겠으나 외국 과장을 만나는 얼빠진 정당 대표는 한국에 없다’고 대답했다”면서 “직원들이 기개있는 과장을 위해 소주파티를 했다”고 회고했다. 당시 과장은 외교부 내 일본전문가로 유명했던 유병우 전 오사카 총영사다.
이 사무총장의 글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화제가 됐다. 외교부 출신인 미국 랜드연구소의 장부승 박사도 페이스북에서 이 사무총장 발언에 공감을 표하는 한편, “우리나라는 당선만 되면 바로 주한 4강 대사들을 다 만나곤 한다”며 관행을 비판했다.
장 박사는 “미국, 중국의 국가원수는 타국 대사들을 좀처럼 만나주지 않는다”며 “이는 단지 위신의 문제가 아니라 직급이 현격히 차이나는 사람이 만나게 되면 우리나라 대통령 밑에 있는 사람들은 허수아비가 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 박사는 특히 “미국의 로건법은 민간인이 타국 외교관을 접촉하거나 외교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