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공관 담당 영사는 특히 사건에 엮이기 싫다며 입회 요청도 거절하고, 재판과정에도 거의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4일 재외공관 및 외교부 본부 운영실태에 대한 감사를 벌여 40건의 위법·부당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멕시코의 멕시코시티 검찰은 지난해 1월 15일 현지 한 주점을 급습해 한국인 A 씨를 인신매매와 성 착취 혐의로 긴급 체포하고, 현장에 있던 한국인 여성종업원 등 5명을 피해자와 증인으로 연행했다.
이후 멕시코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여성종업원 등에게 A씨가 인신매매 등의 범죄행위를 저질렀다는 내용의 허위 진술을 하도록 강요했다.
그러나 경찰 출신의 주멕시코 대사관 영사 B 씨는 이들이 영사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고, 멕시코 검찰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 멕시코 검찰이 제시한 진술서에 그대로 서명했다.
특히 이 진술서는 재판과정에서 A 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근거 자료가 됐다.
B 씨는 또 여성종업원들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입회를 요청했는데 사건에 엮이기 싫다는 이유로 거절했고, 재판과정에서도 20차례 영사 참석을 요청받고도 3차례만 참석했다.
주멕시코 대사는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한 채 A 씨와 여성종업원들에게 충분한 조력을 제공했다고 외교부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국산업은행의 해외주재원 C 씨는 2014년 2월∼2016년 10월 출장비와 중국어 교습비 등 허위 영수증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444차례에 걸쳐 4천만 원을 횡령했다. 감사원은 한국산업은행 회장을 상대로 C 씨를 면직하라고 밝혔다.
이밖에 주베트남대사관은 비자발급 신청서에 초청자로 기재된 여행사가 폐업한 업체란 사실을 모른 채 베트남 현지인 2명에게 비자를 발급했고, 재정능력이 확인되지 않은 8명에 대해 국내 연수를 허용했다. 이들 10명은 현재 불법체류 중이다.
감사원은 또 주카자흐스탄 대사관 한국문화원장 D 씨가 독도홍보 동영상 콘테스트 과정에서 "일본 대사관이 볼 수 있다"는 이유로 독도에 대한 홍보를 가로막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어 D 씨가 행정직원의 근로 계약을 부당하게 해지하거나 퇴직금을 일방적으로 중간 정산하고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퇴직을 압박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D 씨에 대해 경징계를 요구했다.
D 씨는 최순실 씨의 단골 성형외과 김영재 의원의 중동 진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가 불이익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컨설팅업체 대표 이 모(45) 씨의 동생이다. 이 씨는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도 참석했다.
그러나 D 씨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일본의 대응을 유발할 수 있는 홍보는 지양하라는 지침에 따라 홍보를 했고, 사업 결과를 외교부 본부에 보고하는 등 모든 절차를 준수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번 감사 결과는 회계부정에 연루된 직원들의 일방적인 진술에 의지하고 있어 신빙성이 약하다"며 오히려 표적감사와 강압적인 감사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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