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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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이슈] 일본도 ‘양심불량’ 때문에…

무료 대여 우산 2300개 중 200개만 회수 / 하코다테시, 서비스 1년 만에 폐지키로
일본의 한 지방 도시가 관광객을 위해 우산을 무료로 빌려주는 서비스를 해왔지만 우산이 거의 회수되지 않아 1년 만에 폐지키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홋카이도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3월26일 홋카이도 신칸센이 개통된 것과 동시에 홋카이도 하코다테(函館)시가 우산무료대여서비스를 시작했다. 고속철도가 개통됨에 따라 지역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환대하기 위해서였다.

일본 홋카이도 하코다테시에 설치된 우산 보관대.
홋카이도신문 제공
우산 보관대는 JR하코다테역과 고료카쿠(五稜郭)역 등 시내 6곳에 마련됐다. 하코다테시의 로고마크를 붙인 우산을 비치해 두고, 누구든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반납할 때는 빌린 데가 아니더라도 우산 보관대가 있는 곳에만 갖다 놓으면 되도록 했다. 우산 보관대에는 일본어, 영어, 중국어, 한국어로 된 안내표지가 있었다. ‘비 오는 날은 우산을 빌려주니 자유롭게 이용하고, 사용한 뒤에는 반드시 반납해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누구든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 불안한 조짐이 나타난 것은 지난해 5월 공휴일이 집중된 황금연휴 때였다. 사업 시작 때 준비한 우산 1000개가 100개로 줄어들었다. 이에 500개를 추가 구입했고, 8월 중순에도 500개를 더 보충해야 했다. 이때 개당 300엔(약 3000원)인 기존 제품 대신 100엔짜리 제품으로 교체해 경비 절감에 나섰다. 일부에서 기증을 받았지만 수량은 늘 부족했다.

그동안 이 서비스를 위해 준비한 우산 2300개 중 2100개가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미반납 우산을 찾아낼 방법이 없었다. 호텔과 음식점 등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지만, 누가 어디로 가져갔는지 알 수 없었다.

결국 이 서비스의 사업 주체인 ‘홋카이도 신칸센 신하코다테 개업 대책 추진기구’는 지난 22일 시내 호텔에서 이사회를 열고 이달 말 추진기구 해산과 함께 사업 폐지를 결정했다. 추진기구의 일부 사업은 승계처가 결정돼 존속된다. 그러나 우산 무료 대여 서비스는 “우산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없으며, 승계처가 우산 구입비를 계속 지출해야 한다”는 이유로 단념했다.

우산무료대여서비스 폐지 결정에 대해 하코다테시 관광부는 “반납률이 너무 낮다”며 “시민의 세금을 투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