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4일 내놓은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 관련 보도 참고자료’일부다. 일본 정부의 검정심사를 통과한 역사교과서 13종 가운데 9종, 정치경제 교과서 7종 중 4종에 일본군 안부 관련 기술이 포함돼 있다는 설명이었다.
우리 교육부는 "조선인 여성 중에는 종군 위안부가 되는 것을 강요당한 사람도 있었다"(산천출판 일본사B), "위안부란 조선 등 아시아 각지에서 젊은 여성이 강제적으로 모집되어 일본 병사의 성 상대를 강요당했던 사람을 말한다"(실교출판 일본사B)는 문장을 소개하며 “(일본 새 검정교과서들이) 위안부 강제성 등 대체로 현행 기술 내용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과연 그럴까. 교육시민단체 ‘아시아 평화와 역사교육연대’(아시아역사연대)의 분석은 다르다. 이 단체는 “전 교과서에서 위안부 강제동원에 관한 서술이 사라졌다”라고까지 주장했다.
아시아역사연대는 "위안부 관련 기술은 2016년 검정본보다 증가했지만 내용적으로는 ‘동원의 강제성’을 나타내는 표현은 사라졌다”고 잘라 말했다. 실교출판의 경우 신일본사A에서 “일본군의 관리 하에”라는 표현을 넣거나 일본사B에서 고노 담화를 직접 인용하는 방법으로 강제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이 단체는 덧붙였다.
새 검정통과본에서 위안부 기술이 는 것은 한·일 외교장관의 2015년 12·28 위안부 합의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도쿄서적 ‘신선 일본사B’는 "일한 양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관해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할 것으로 합의했다"고 기술했고, 실교출판 고교 ‘정치경제’는 "일한 외상 회담에서 전 위안부의 지원사업을 향한 재단에의 자금거출을 통해 이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이 확인되었다"고 적었다.
하지만 우리 교육부는 "‘일부’ 교과서(역사 13종 중 4종 및 정치경제 7종 중 3종)에서 12·28 합의 내용이 반영됐다"고 소개했다. 도쿄서적의 정치경제에는 "한국 정부가 설립하는 재단에 일본 정부가 자금 거출하는 것 등에 의해 위안부 문제의 최종·불가역적 해결에 합의"가 기술돼 있었다며 12·28 합의에 한국측 입장이 많이 반영된 것처럼 소개했다.
교육부는 실교출판 일본사B에는 "아베 총리는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와 반성의 마음 표현"이 기술돼 있다고 소개했다.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한 진심어린 사죄와 반성의 마음에서 한국정부가 설립한 재단에 10억엔을 내놓기로 한 것처럼 곡해될 수 있는 소개인 셈이다.
우리 교육부는 일본 정부의 이같은 노골적인 역사 왜곡을 간파하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일본 왜곡 교과서 대응을 위한 주무 부처로서 굴욕적인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꼼수였을까. 아시아역사연대가 한마디로 정리했다. "2016년 한국 정부가 발표한 소위 국정 교과서에는 12·28 합의에 대해 언급조차 하고 있지 않다." 새 정부에서 교육부에 대한 기능개편을 해야 하는 이유가 또 하나 늘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