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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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 악재 산적… 가시지 않는 ‘4월 위기설’

美 환율조작국 지정 예의주시 / 中 사드보복·대우조선 등 발목 / 일각선 “기우에 불과” 반론도
4월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국경제 ‘4월 위기설’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사실상 국정 공백 상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4월에는 미국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 대우조선 법정관리, 한·미 FTA 재협상 등과 같은 악재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칫 경기 위축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먼저 4월 중순에는 한국이 미 재무부 환율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 현 기준에서는 우리나라가 ‘한 방향으로의 외환시장 개입 규모가 GDP 2% 이상’을 차지하지 않고 있기에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문제는 보호무역주의가 워낙 강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기존의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을 언제든 우리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26일 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에 명시적으로 오르지 않는다고 해도 통화강세 유도에 대한 압력이 상시적으로 나타날 개연성이 크고 적어도 개별 산업에 대한 제소 가능성을 높여 교역 상대국에 대한 실질적인 통화강세 압력을 부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추가 지원을 통한 회생이냐, 법적 구조조정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대우조선해양은 4월 중순 사채권 집회에서 자율적 채무재조정이 불발될 경우 결국 법정관리의 일종인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으로 가야 한다. 이렇게 되면 선주들의 수주 취소로 선박 공사가 중단되면서 대규모 실업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고 정부는 본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압박도 현재진행형이고 북한의 도발 리스크도 큰 상황이다.

오정근 건국대학교 특임교수는 “김일성 생일(4월15일)을 맞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미국에 발사하는 등 안보 문제가 추가로 불거질 수도 있고,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나설 수 있다”며 “유일호 경제부총리를 필두로 현재 경제팀이 보다 과감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위기극복 정책에 대해서는 면책권을 부여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4월 위기설이 섣부르다는 반론도 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매크로 팀장은 “지금 규정대로라면 우리가 조작국으로 지정될 확률도 없지만, 설령 지정된다 해도 1~2년 정도 환율 흐름을 추적당하는 것 외에는 실질적 영향은 없다”며 지나친 위기감 조성을 경계했다. 김소영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4월에 지정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고 문제가 되더라도 10월 이후에나 걱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4월 위기를 논하려면 당장 사드 보복으로 제조업체가 직접 타격을 받고 있는 정황이 있어야 하는데, 관광객이 줄어든 것 외에는 수치상 별 다른 충격이 없다”며 “중국 측에서는 이미 우리 쪽에 경고를 충분히 던졌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인 데다 차기 정권이 들어서면 사드와 관련한 우리 입장이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 역시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