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돈 없어 축구 못하는 선수 나와선 안돼… 박봉의 지도자들 처우 반드시 개선돼야”

김영균 유소년축구연맹회장
“처음엔 아저씨였는데 언젠가부터 ‘축구 할아버지’가 됐다. 그렇지만 열정만큼은 변함없다.”

지난 1월 취임한 김영균(68·사진) 한국유소년축구연맹 회장은 국내 유소년 축구의 산증인이다. 1996년 유소년연맹이 출범할 때 연맹 발기인으로 출발을 함께했다. 연맹 창립 때부터 2016년 1월까지 김휘(73) 전 회장을 보좌하며 축구 꿈나무 육성을 위한 실무 총괄 책임을 졌다.

김 회장은 27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연맹사무실에서 “20년 넘게 유소년축구 행정가로 일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유소년 선수와 지도자의 환경 개선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임 회장이 워낙 잘 했고, 연맹의 수장으로 주요 정책을 결정·판단해야 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만큼 어깨가 훨씬 무거워졌다”고 말했다. 유소년 축구 시절 이승우, 장결희(이상 FC 바르셀로나)를 발굴한 게 최대 성과라고 밝힌 김 회장은 “중등학교에서는 유소년 때 발굴할 선수를 갖다 쓰면 된다. 그만큼 꿈나무를 발굴하는 유소년 축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어린 선수들이 공을 차는 모습을 보면 정말 귀엽다. 때 묻지 않은 승부욕도 보기 좋다”며 활짝 웃었다. 21년 전 170여개이던 유소년은 현재 400여개가 넘어섰다.

김 회장이 4년간 역점 사항으로 꼽는 것은 좋은 소질에도 돈이 없어 축구를 못하는 선수들을 돕는 것이다. 김 회장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축구를 그만둬야 하는 유망주가 없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 자신이 어렸을 적 그러한 어려움을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겪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이 남긴 잿더미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김 회장은 대구 현풍초등 6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다. 공차는 게 좋아서가 아니었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서 학교를 다니려면 운동부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아야 했다.

대구 현풍중-성광고를 거쳐 축구로 대학까지 졸업한 그는 대학 입학 후 축구인생 2막을 준비했다. 만 24세 나이로 대구 보성기술중학교 감독이 된 그는 선수 스카우트를 위해 초등축구를 자주 접하게 됐다. 그 인연으로 대구에서 초등축구 전국대회를 유치되는 데 힘을 보탠 게 유소년 축구와의 만남이었다. 김 회장은 “할아버지 소리를 들을 때까지 손자 같은 선수들이 공을 차는 걸 보고 있다. 축구 할아버지라는 별명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돈이 없어 축구를 포기하려는 선수가 나와선 안 된다. 또 박봉에 시달리는 지도자 처우도 개선해야 한다”며 “유소년 축구의 어려움을 확인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실무자 때처럼 현장을 누비겠다”고 다짐했다.

박병헌 선임기자 bonanza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