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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대석] “올해는 건설업계가 경험하지 못한 위기 겪는 한 해 될것”

유주현 대한건설협회 회장
유주현 대한건설협회 회장. 이제원기자
2016년, 이례적인 호황을 누렸던 건설업은 올해 들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흐릿한’ 차기 정부가 부동산 정책 방향을 ‘부양’에서 ‘규제’로 틀면서 11·3대책, 집단대출 규제 등이 발표돼 건설업 호황을 떠받쳤던 주택시장의 열기를 잠재웠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국내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에 박차를 가하면서 잔존하던 수요마저 모습을 감추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호황에 힘입어 추진됐던 아파트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일부 지역에선 공급과잉 현상까지 나타나 건설업계 전반에 위험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격동의 시기에 200만 건설인을 대표하는 대한건설협회의 수장이란 중책을 맡은 이가 바로 유주현(신한건설 대표이사) 회장이다. 이달 초 신임 회장으로 취임한 유 회장은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진행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17년은 건설업계가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위기와 도전을 겪는 격동의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이런 시기에 200만 건설인을 대표하는 조직의 수장이란 중책을 맡아 어깨가 무겁다”는 말로 취임 소감을 대신했다. 

―건설 경기를 지탱하던 주택시장이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3대책 영향으로 주택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가운데 대출규제가 강화되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내년 시행 예정인 등 정부발 규제가 시장을 옥죄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주택시장의 호조는 저금리·택지공급 축소 등에 따른 시장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 보는 게 옳지만, 정부는 가격 상승에 부담을 느껴 급하게 단기처방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분명 이런 정부의 규제 때문에 올해 주택·부동산 시장이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규제가 당장은 효과를 나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주택시장에 공급축소 현상을 야기해 특정 지역의 가격 상승을 초래해서 다시금 규제가 나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결국 시장 상황에 따른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주택시장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 관점에서 과도한 규제보다는 탄력적인 정책 추진과 주택의 안정적 공급을 통해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는 게 제 입장이다.”

―5월 대선이 다가오면서 각 당 대선주자들의 부동산·주택 관련 공약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한 인상은 어떠신지?

“후분양제 의무화, 분양가상한제 확대 등이 거론되고 있는 걸로 안다.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이 남발되는 거 아닌가 우려를 가지고 있다. 진보·보수를 떠나서 건설·부동산 정책은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서민의 일자리 창출에 직접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국가경쟁력 확보의 토대가 된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따라서 선거를 의식해 일시적으로 표를 얻기 좋은 포퓰리즘 공약 남발은 분명 지양해야 한다. 건설산업이 국가경제 발전의 큰 축임을 인식하고 공약 개발이나 정책 수립 시 전문가와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차기 정부가 건설업을 위해 이 부분만은 좀 신경써줬으면 하는 게 있나?

“나는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활성화를 주문하고 싶다. SOC는 우리 건설업의 중요한 먹거리인데 최근 계속 그 투자가 줄어들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시작해서 SOC 투자 규모가 줄어들어서 고점을 찍었을 때의 절반 수준으로까지 줄었다. 저희 협회 연구원이 관련 내용을 연구한 결과 우리나라에는 아직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라는 결론을 내놓은 바 있다. 지방의 경우 학교, 공원, 상·하수도 등 중·소규모 생활밀착형 사회기반 시설 확대에 대해 고민할 수 있다. 또 제주도 해저터널이나 경부고속도로 일부 구간 지하화 같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건설업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방향으로 구체적인 아이디어와 건설업계의 요구를 담아 대선주자들에게도 전달할 계획이다.”

유주현 대한건설협회 회장이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임기 내 협회가 추진할 예정인 사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회장 선거에서 핵심 공약으로 ‘적정 공사비 확보’를 강하게 주장하셨다.


“건설업계 대외 환경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내부에서 가장 큰 문제는 중소 건설사들이 적정 공사비를 받지 못해 공사를 하면서도 이윤을 남기지 못해 경영악화가 심화되고 있다. 일단 낙찰률(공사 예정가격 대비 실제 낙찰 혹은 계약 금액 비율)만 봐도 우리 건설업계가 어떤 상황인지가 드러난다. 현행 공공공사 중 300억원 미만 공사는 적격심사낙찰제가 적용되는데 그 낙찰률이 80∼88% 수준이다. 300억원 이상 공사가 적용되는 종합심사낙찰제의 낙찰률도 79%에 그치고 있다. 중소업체가 주로 수주하는 적격심사낙찰제 대상공사는 2000년 이후 17년 가까이 낙찰률이 고정된 반면, 표준시장단가 적용대상 확대 등 영향으로 원가율은 상승해 공사비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이웃나라인 일본은 낙찰률이 92%에 이르며 100%를 넘는 입찰 사례도 적지 않다. 적정공사비를 통한 양질의 공공공사 품질 확보를 위해 우리나라도 종합심사낙찰제, 적격심사제 모두 현행 대비 낙착률을 10% 상향조정해야 된다는 게 제 생각이다.”

―중소업계 애로사항 해결 차원에서 종합건설업·전문건설업 간 업역 제한 폐지도 주장하셨는데?

“종합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 간 충돌이 꽤 많다. 적정 공사비 확보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종합업체가 전문업체에 제대로 된 값을 주고 도급을 주기 힘드니 갈등이 빚어지는 것이다. 애초에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문업체도 원도급, 하도급을 다하고 종합업체도 마찬가지로 다 하는 식으로 업역을 터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다. 세계적으로 건설업에 업역을 나누는 국가는 우리뿐이다. 일본만 해도 이런 구분 없이 다 수주할 수 있게끔 돼 있다. 이 문제가 2008년 즈음에 정부에서 이미 이 업역 구분을 없애는 게 맞다고 결론이 난 부분인데, 아직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정부와 수산업계가 남해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골재 채취를 두고 논란을 빚고 있다.

“정부가 최근 남해 쪽 바닷모래 채취를 허가한 물량은 지난해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 물량으로는 최근 2년간 주택 인허가 실적이 빠르게 늘고 있는 동남권 지역의 건설공사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없다. 지난 1월부터 동남권에 모래를 60% 이상 공급하던 남해 EEZ의 모래 채취가 중단됐던 때에는 모래 가격이 2배 가까이 폭등하기도 했다. 이 지역은 4대강 하천모래 채취 허가 등도 어려워 모래를 공급할 수 있는 골재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바닷모래 채취가 축소되거나 중단되면 지역 경제 자체가 크게 위축될 수도 있다. 물론, 바닷모래 채취로 어획량이 줄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어민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최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발표를 보면 수산자원 감소가 어린 물고기 남획, 중국어선 불법조업, 기후변화 등에 의한 것이란 연구도 나온다. 그러니 바닷모래 채취가 수산자원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그 결과에 기반해 국민적 합의를 하고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대체 골재원 마련을 꾀해야 할 것이다.”

―국내 건설사의 연간 해외수주 실적이 연달아 반토막 나고 있는데, 해결책이 있을까?

“올해 역시 해외건설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가장 큰 원인은 최근 해외공사가 자금조달 능력이 중요시되는 투자개발 사업방식으로 변화했는데도, 여전히 단순도급 위주로 특정 지역에 편중돼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또 과거와 같은 무분별한 물량 확보 위주에서 수익성에 따른 선별수주로 경영전략이 바뀌면서 수주 실적이 작아진 영향도 있다. 우리 정부도 국내 업체의 해외진출 지원을 위해 코리아해외인프라펀드 조성, 해외건설공사 보증지원 강화 등 나름대로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데에는 다소 미흡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선 우리 기업에 대한 투자개발 금융지원 활성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 정부가 운영하는 펀드는 아직 초기 단계로 경쟁국인 일본 등에 비해 규모도 작은 편이다. 다행히 정부가 일본의 해외교통·도시개발사업지원기구(JOIN)를 벤치마킹한 해외 민관협력사업(PPP) 전담 지원기구를 추진 중이기에, 우리 협회도 가능하다면 해당 기구 설립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속 협의할 예정이다.”

―건설업계의 담합 비리에 대한 특별사면 이후 74개 건설사가 참여하는 건설산업사회공헌재단이 공익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그 활동이 애초 설립 취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있다.

“최근 초대 이사장이 사임한 이후 공석으로 남겨진 채 방치되고 있어 우려의 시선이 있는 것으로 안다. 또 참여 업체의 모금액도 애초 계획된 액수에 못 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앞으로 재단이 설립목적과 사업취지에 맞도록 더욱 활동에 박차를 가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도록 하겠다.”

대담=김기동 산업부장, 정리=김승환·나기천 기자 hwan@segye.com


◆ 유주현 대한건설협회 회장은…?

●1976년 한양대 정치외교과●2004년 서울대 건설산업최고전략과정 ACPMP 1기●1993~1997년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 간사●1997~2009년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 부회장●2003~2016년 건설공제조합 대의원●2003~2006년 대한건설협회 본회이사●2005~2008년 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2003∼2009년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 18, 19대 회장●2006~2009년 대한건설협회 회원부회장●2007~2009년 경기도 건설단체연합회 회장●2015~2016년 대한건설협회 회원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