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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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죽어야 사는 보수

무능·저급·몰염치 버리고 ‘참보수’로 새로 나야
“보수가 진보에 대해 싸가지도, 능력도 없다고 비판해왔는데 정작 보수가 싸가지, 능력, 염치도 없는 ‘폐족’으로 전락했다.”

자유한국당의 중진 의원은 ‘이명박근혜 정권’으로 대변되는 보수의 몰락 원인을 이렇게 진단하며 한탄했다.

보수가 염치가 없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국정농단으로 파면을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골박’(골수 친박)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검찰수사 결과 박 전 대통령은 헌법을 유린하고 법치를 훼손했다. 최순실씨와 공모해 기업에 특혜를 주며 뇌물을 받고 공무상 비밀을 최씨에게 누설한 것이다. 그는 죽을 죄를 지었다고 자복하고 처벌을 달게 받아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 고개를 빳빳이 들고 헌재 결정에 불복하고 있다. 골박은 이런 대통령을 말리기는커녕 비호하고 있다.

남상훈 정치부 차장
2007년 보수 진영에 정권을 빼앗겼던 친노무현 세력은 달랐다. 폐족을 자처했다. 지금 박 전 대통령과 골박에게선 최소한의 염치도 찾아볼 수 없다. 당시 폐족을 자처했던 안희정씨는 충남지사 재선에 성공한 후 진보의 미래를 책임질 유력 대선주자 반열에 올랐다.

싸가지 없다는 말은 진보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명박근혜 정권’ 들어서는 보수가 ‘싸가지 결핍증’을 보이고 있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권력에 취해 나타나는 심한 무례를 싸가지의 한 유형으로 규정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일부 언행들이 이에 해당된다. 이 전 대통령은 2011년 9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자부했다. 하지만 곧바로 저축은행 비리가 터져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이 검은돈을 받은 혐의로 잇따라 구속됐다. 이 전 대통령은 국민적 비웃음만 샀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신년기자회견에서 ‘비선실세와 친인척 관리 문제’에 대해 “정윤회씨는 실세는커녕 국정과 관련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당시 최씨가 비선 실세였으나 국민에게 솔직하게 고백하지 않았다. 최씨의 실체를 권력의 힘으로 은폐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최씨는 2014년 3월 극비로 일컬어진 독일 드레스덴 ‘통일 대박’ 연설문을 수정했고 해외순방 일정 등이 담긴 외교부 문건, 국무회의 자료 등을 수시로 받아봤다. 더욱이 최씨는 2015년 7월부터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하는 등 국정을 농단했다.

보수는 그동안 진보보다 유능하다고 자부했지만 무능함의 극치를 드러냈다. 박근혜정부 2년차에 세월호 참사가 터졌으나 국가의 재난대응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3년차엔 메르스 사태 당시 초기 방역과 격리 실패로 38명이 목숨을 잃었다. 국가적 위기대응 능력에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보수 집권 기간에 국민의 삶은 오히려 피폐해졌다. 이명박정부는 ‘4자방’(4대강·자원외교·방위산업 비리)에서 100조원 이상의 혈세를 낭비했다. 박근혜정부는 저성장에 빠져 국가부채만 늘렸다. 4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2.9%로, 1993년 문민정부 출범 이후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낮다. 지난해 국가채무는 638조5000억원으로, 2007년 노무현정부 말기(298조9000억원)보다 무려 300조원 이상 증가했다.

박 전 대통령 파면은 무능한 보수에 대한 사형선고로 받아들여진다. 보수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 그리고 품위있고 능력있는 ‘참보수’ 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 영국의 작가 조지 버너드 쇼는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 없는 사람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남상훈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