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비애가 담긴 신조어들이 온라인상에서 화제다. ‘시발비용’이 대표적인데, 욕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에 ‘비용’을 합친 이 말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쓰지 않았을 비용’이란 뜻이다. 야근 후 퇴근길에 막차가 있는데도 택시를 타거나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야식을 시켜먹을 때 쓴 비용 등이 그 예다.
다소 과격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신조어들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우리 사회에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만연하고 있다는 뜻일 터. 한국의 직장인들은 여유가 없다. 스트레스를 풀 시간도, 방법도 마땅치 않다. 젊은 세대의 미래는 더욱 캄캄하고 현실은 너무 힘들다. 돈을 모으면 미래에 괜찮은 삶을 살게 될 것이란 보장이 전혀 없다. 이렇다 보니 사람들은 당장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소비를 선택한다. 화풀이할 대상이 없는 ‘을 중의 을’들이 결국 작은 곳에 돈을 쓰면서 울화를 달래고 자기 위안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발비용이 정말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될까. “스트레스 받으며 돈벌었는데, 이런 것도 못 사?”라며 계속 돈을 쓰다 보면 ‘탕진잼’(소소한 씀씀이를 늘리며 낭비하는 재미)을 느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결국엔 ‘텅장’(텅 빈 통장)만 손에 남게 될 수 있다. 정말 필요한 순간에 쓸 돈이 부족하면 불필요했던 지출에 대한 후회와 자괴감으로 또다른 스트레스를 받는 악순환을 낳을 수도 있는 것이다.
현대인에게 스트레스는 불가피하다. 스트레스에 현명하게 대처하며 미래를 준비할 여유도 없이 하루하루의 소소한 행복만 좇을 수밖에 없는 우리의 모습이 안타깝고 씁쓸하기만 하다.
김지연 디지털미디어국 소셜미디어부 기자
[디지털로그인] 슬픈 신조어 ‘시발비용’
기사입력 2017-03-30 21:07:02
기사수정 2017-04-11 17:22:38
기사수정 2017-04-11 17:2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