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당의 경선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떠돌던 보수층 표들이 ‘현실론’에 입각해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로 집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면서 10개월 만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 이어 대선 후보 지지율 2위 자리까지 회복했다.
국민의당 대선주자인 안철수 후보가 30일 오후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19대 대선 후보자 선출 완전국민경선 대구·경북·강원 권역 합동연설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
30일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남녀 1525명을 대상으로 지난 27∼29일 실시한 3월 5주차 주중동향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에 따르면 안 전 대표는 지지율 17.4%로 문 전 대표(35.2%)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안 전 대표가 2위에 오른 것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조사 대상에 포함되기 직전인 지난해 5월 4주차 여론조사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반면 안희정 충청남도지사는 지난주보다 5.1%포인트 떨어진 12.5%를 기록해 3위로 내려앉았고 그 뒤를 이재명 성남시장(9.5%), 홍준표 경남도지사(7.7%)가 이었다.
안 전 대표의 상승세에는 무엇보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다당 후보들이 난립을 하면서 갈피를 못 잡던 보수층 표심이 ‘현실론’에 입각해 안 전 대표로 모이고 있는 까닭으로 분석된다. 보수정당에 대한 소속감이 여전히 강하지만 홍 지사의 지지율과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갇혀 있는데다 민주당 경선 역시 문 전 대표의 ‘원톱’으로 흐르면서 문 전 대표와 겨뤄볼만한 후보가 현실적으로 안 전 대표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안 전 대표는 경기·인천, 호남, PK, 50대 이상, 보수층 등의 계층에서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60대 이상에서는 문 전 대표와 홍 지사를 제치고 선두에 올랐다. 안 전 대표는 호남과 PK에서 경선 2연승을 달리며 기존 2위였던 안 지사로부터 이탈한 표를 대부분 흡수, 3주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당 대선주자인 안철수 후보가 30일 오후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19대 대선 후보자 선출 완전국민경선 대구·경북·강원 권역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정견발표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
안 전 대표는 30일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해 대구·경북·강원에서 실시된 네 번째 순회경선에서 유효투표 1만1296표 가운데 8179표(72.41%)를 얻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또한 안 전 대표는 여전히 선을 긋고 있지만 이른바 '제3지대'와 연대론이 서서히 힘을 받으면서 '안풍' 확산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게다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지지모임인 '반딧불이 국민포럼'이 조만간 안 전 대표 지지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져 안 전 대표 측은 지지율 상승세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 전 대표 측은 사실상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는 판단 아래 향후 손학규 전민주당 대표, 박주선 국회부의장 등 경선 경쟁 후보들과의 화합에도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당내 경선을 '아름다운 경쟁'으로 마무리한 뒤 본선 무대에서 전력투구하겠다는 전략이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저는 항상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면서 "경선 때마다 거듭 말씀드렸듯이 두 후보님과 함께 정권교체 하겠다. 국정 운영도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