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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2TV 예능프로그램 '언니들의 슬램덩크 시즌2'(윗 사진)과 '하숙집 딸들' 출연진. |
집단 예능이 성별에 따라 극심한 온도 차를 겪고 있다. 남자 예능이 높은 인기 속에 방영 중인 반면 여자 예능은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다양한 콘셉트를 내세운 새로운 남자 예능이 잇달아 선보이고 있지만, 여자 예능은 그 출현마저 어려운 분위기도 대조적이다.
방송사별 간판 예능프로그램의 면면만 살펴봐도 남성 멤버가 바탕이 된 '남자 예능'의 득세를 확인할 수 있다. KBS 2TV '슈퍼선데이-1박2일'와 MBC '무한도전'은 수년째 높은 시청률을 구가하며 간판 프로그램으로 군림하고 있고, JTBC '아는 형님'은 종편 채널의 약점을 안고도 5%(닐슨코리아 전국유료방송 기준) 시청률을 돌파하며 신흥 예능 강자로 올라섰다.
이런 뜨거운 반응을 등에 업고 tvN '공조7', '시간을 달리는 남자' 등 남성 출연자가 중심이 되는 예능프로그램이 계속 선보이고 있다. 지난 26일 첫방송된 '공조7'은 이경규, 박명수, 김구라, 은지원, 권혁수, 이기광 7명이 최고의 콤비 자리를 두고 벌이는 배틀 프로그램으로, 존재감을 자랑하는 남자 예능인이 '브로맨스'라는 이름 아래 뭉쳤다. '시간을 달리는 남자'는 신현준, 조성모, 데프콘, 최민용, 정형돈, 송재희가 '아재'들의 이야기를 전면에 꺼낸다.
적게는 콤비부터 6~7명 집단 체제까지 남성 MC가 예능프로그램의 틀로 자리 잡는 동안, 여자 예능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언니들'의 걸그룹 데뷔 과정을 그린 KBS 2TV '언니들의 슬램덩크 시즌2'는 이렇다 할 특색을 보여주지 못한 채 3%대 시청률에 머물러있고, KBS 2TV '하숙집 딸들'은 출연자 교체 등 리뉴얼을 감행하고도 2%대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00년대 초중반 KBS 2TV 'MC대격돌 여걸 파이브'와 '여걸식스'는 여성 MC 군단의 시초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후 여성 버라이어티의 주목할 만한 변신은 이뤄지지 못했고, '센 여자' 유행을 반영한 프로그램이 여성 예능의 명맥을 유지했다. 이마저 여성 예능인의 망가짐이 반복되는 동안 재미를 실종했고, 신선하게 여겨졌던 여배우의 예능 진출도 기존 이미지 및 대중의 선입견을 걷어낸 순간 더는 궁금하거나 기대하지 않는 현상도 빚어졌다.
'센 여자'가 '드센 여자'가 되는 순간 시청자는 돌아선다. '센 여자'에 대한 역풍이 여자 예능의 부진을 가져온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상당하다. 솔직하거나 직설적인 목소리로 대표되는 '센 여자'가 초기에 '걸크러시(여자가 여자 연예인을 닮고 싶은 감정)'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시청자의 관심을 끌어냈지만, 같은 캐릭터가 반복되면서 반감을 갖는 시선도 많아졌다는 것이다.
'걸크러시'가 여성 시청자에 한정되는 기류라는 점을 고려하면 애초 걸크러시에 기반한 예능은 폭넓은 시청층을 확보할 수 없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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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윗 사진)과 온스타일 '겟잇뷰티 2017'. |
'여자 예능'은 성공한 포맷에 기반해 복제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거나 시즌을 거듭한 예능이 대부분이다. 성공한 남자 예능 포맷을 빌려온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나 여성성과 겹쳐지는 주제인 뷰티, 패션 등을 주제로 한 온스타일 '겟잇뷰티'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3년 시즌3까지 방영됐던 MBC에브리원 '무한걸스' 역시 자사 인기 예능 '무한도전'의 여자 버전으로, 멤버만 남자로 바뀌었을 뿐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데 한계를 노출했다.
이는 다양한 시도와 콘셉트로 외연을 넓혀가는 남자 예능과 상반된다. 여성 예능의 다양한 변형이 이뤄지지 못하는 이유로 여성상에 대한 보수적인 인식이 여전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남자 예능인이 입담과 몸개그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열려 있다면, 여자 예능인의 역할은 토크프로그램에 양념을 곁들이는 수다 역할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박미선, 박나래 등 도드라진 활약을 보이는 여자 예능인도 프로그램의 중추적 역할을 맡지만, 남자 예능인과 비교할 때 활약의 폭이 넓지 않다.
공희정 대중문화 평론가는 "남성이 예능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반면 여성은 아내이자 엄마로서 일상을 보여주거나, 아줌마의 수다 역할에 머문다. 그 사이 예능은 남자가 요리와 살림 등 여자의 세계로 여겨진 영역에 도전하는 등 남자에 초점을 맞춰지고 진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디어가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상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여자 예능의 외면을 자초했다. 여성 예능의 침체는 당찬 여성상을 미디어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고정된 성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로도 풀이된다"라고 분석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