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에서 태어나 2012년 부산 사상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정치무대에 뛰어든 문재인 후보는 ‘안방 사수’의 자신감을 내비쳤다. 안희정, 이재명 후보는 이곳에서 결선투표로 가는 교두보를 확보하겠다는 각오였다.
31일 오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영남권역 선출대회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왼쪽부터), 최성 고양시장,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가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 |
안 후보는 대구·경북(TK) 보수·중도층에서의 상대적 우위와 무소속 홍의락 의원(대구 북구을)의 지지에 기대를 걸었고, 경북 안동 출신인 이 후보는 TK 표심과 울산 등지의 노동계 지지를 바탕으로 의미 있는 득표율을 얻을 수 있다는 셈법이었다.
문 후보는 ‘대세론’ 강화 전략으로 이날 합동연설에 임했다. 그는 “여야 모든 후보 가운데 제가 영남에서도 제일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며 “호남과 영남의 정권교체 열망이 거침없이 북상해 전국을 덮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두 분이 평생 이루고자 했던 지역주의 극복과 동서화합의 꿈이 멀지 않았다”며 “전국 모든 지역의 고른 지지, 정권교체로 통합을 이룰 단 한 명의 필승카드는 저 문재인”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 8주기 추도식(5월23일)에 19대 대통령으로 가고 싶다”며 “가서 ‘못 다 이룬 꿈, 제가 다 하겠다’ ‘다시는 정권 빼앗기지 않고 여기 자랑스러운 후배들이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말씀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안 후보는 “사회적 갈등과 대립이 정당과 의회에서 풀리지 못하고 지역주의와 낡은 이념으로 정쟁의 정치가 진행된 결과 오늘날 대한민국이 위기에 빠져 있다”며 대연정과 통합의 정치를 재차 역설했다. 그는 “세월호 유족을 향한 박근혜정부와 보수정당의 후안무치한 정치공세에 분노하지만, 마침내 그들은 구속됐고 그들의 당은 다 깨져 버렸다”며 “이제 미움과 분노, 분열을 극복하는 새로운 민주주의로 한걸음 더 나아가자. 그래야만 민주당이 지역과 이념의 덫에 갇히지 않고 집권세력으로서 국민께 당당히 사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청산이 있어야 진정한 통합이 가능하다”며 자신의 선명성을 드러내는 데 주력했다. 그는 “박근혜가 사면 없이 제대로 처벌받는 것이 바로 적폐청산이자 공정국가 건설의 출발”이라며 “4대강과 자원외교로 국민혈세를 없앤 이명박도 조사해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 후보의 보수 인사 영입과 안 후보의 대연정론을 겨냥, “청산할 기득권과 손을 잡고서는, 달라붙은 기득권 세력을 떼어내지 않고서는 기득권의 손아귀에서 죽어가는 평등과 공정을 되살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공개된 한국갤럽 정례 여론조사(28∼30일 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 문 후보는 지지율 31%로 선두를 지켰다. 안 후보는 14%, 이 후보는 8%였다. 문 후보는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63%의 지지를 얻어 안 후보(13%)와 이 후보(13%)를 압도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