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경선후보(왼쪽)가 31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대통령후보자 영남권역 경선에서 64.7%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한 뒤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
문 후보는 이날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대통령후보자 영남권역 선출대회에서 12만8429표(득표율 64.7%)를 얻으며 2, 3위 후보들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 2012년 부산 사상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정치무대에 뛰어든 문 후보에게 안방 표심이 결집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선 호남, 충청 경선에서 각각 3위에 머물렀던 이 후보가 3만6780표(18.5%)로 이날 영남 경선에서는 2위에 올랐다. 경북 안동 출신이라는 연고지 이점과 대구·경북(TK)의 비문(비문재인) 정서, 울산 등지의 노동계 지지 등을 바탕으로 선전했다는 평가다. 반면 안 후보는 TK의 보수·중도층 표심과 대구 현역 국회의원인 무소속 홍의락 의원(북구을) 지지 등에 기대를 걸었으나 3위에 그쳐 체면을 구겼다. 3만2974표로 득표율은 16.6%였다.
문 후보는 경선 누계에서도 33만1417표(59%)로 안 후보 12만6745표(22.56%), 이 후보 10만2028표(18.16%)에 크게 앞서며 본선 직행 가능성을 높였다.
문 후보는 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지역에서는 아주 선전한 것 같다”며 “결선투표까지 가지 않도록 수도권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위해서는 압도적 정권교체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압도적 경선 승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호소하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 캠프는 수도권 20∼40대의 지지세가 견고하고 경선 3연승을 통해 대세론에 날개를 단 만큼 수도권에서도 과반 득표를 낙관하고 있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수도권 민주당 지지층의 문 후보 지지율이 65%에 육박한다”며 “경선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 가 31일 오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영남권역 선출대회에 참석해 지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
안, 이 후보는 아직 경선의 최대 표밭이 남았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았다. 다음달 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수도권·강원·제주 경선 선거인단 규모는 약 139만명이다. 경선 누적 투표율 72.23%를 대입하면 100만표가량이 마지막 순회경선에서 개표될 것으로 추산된다. 안, 이 후보가 문 후보의 누적 과반을 저지하려면 수도권에서 두 후보가 합계 55만표(55%)를 얻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영남에서 결선투표로 가는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었던 안 후보 측은 이 후보에게도 뒤지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안 후보는 “문 후보는 불안한 대세다. 수도권의 현명한 유권자들이 확실한 대선 승리카드인 저를 선택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결선을 통해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를 써 보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은 광화문광장에 모였던 촛불 민심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때와 같이 이 후보에게 힘을 모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영남에서 종합순위 2등으로 올라서는 목표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나름의 선전을 했다”며 “지금까지는 문, 안 후보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지역이었으나 수도권에서야말로 민심이 반영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부산=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