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영이가 초등학생일 때 친구들은 “단것을 많이 먹으니까 당뇨병에 걸리지”라며 놀려댔다. 그래서 세영이는 교실이나 보건실에서 주사를 놓지 않는다. 학교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어렵다. 보건교사나 담임교사는 법적으로 투약행위가 금지돼 세영이를 돕지 못한다. 결국 세영이는 어둡고, 퀴퀴한 냄새가 가득한 화장실에서 ‘셀프 주사’를 놓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세영이의 배꼽 주위에는 반복적인 주사로 딱딱하게 굳은 살과 주사를 잘못 놓아 생긴 시퍼런 멍이 빼곡하다.
세영이의 어머니(39)는 “학교에 매일 찾아가 주사를 놔주고 싶지만 한부모가정이라 직장을 그만둘 수 없는 형편”이라며 “아이가 깨끗한 곳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인슐린 주사를 맞지 못한 채 학교 생활을 하는 게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소아당뇨를 앓고 있는 학생들이 학교보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들은 세영이처럼 인슐린 주사나 혈당 점검 같은 일상적 관리를 스스로 한다. 특히 저혈당 쇼크 등 생명과 직결되는 위급 상황 발생 시에도 홀로 남겨질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에서 보건교사가 소아당뇨를 앓고 있는 학생의 투약 행위를 도울 수 있도록 학교보건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보건교사들의 거센 반발에 막혀 있다. 보건교사들은 가뜩이나 업무량이 과다하고, 만에 하나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을 뒤집어쓸 수도 있다는 점을 들어 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교육당국의 소극적인 대처가 소아당뇨 학생들을 더욱 멍들게 하고 있다.
김광훈 한국소아당뇨인협회장은 “소아당뇨는 바이러스 등이 원인이 돼 생기는 난치성 질환으로 평생을 인슐린에 의존해야 한다”며 “아이들이 화장실에 숨어 주사를 놓는 건 우울증 같은 정서적 문제까지 유발할 수 있어 학교가 책임지고 관리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