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을 원하는 학생은 사진과 키, 몸무게, 학과 등을 기록한 신청서를 내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면접을 받아야 한다. 준수한 외모를 가졌거나 스펙이 뛰어난 소수만 동아리 회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만남 과정에서 간혹 발생하는 과도한 스킨십이나 불쾌한 행동을 한 회원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사후 서비스까지 약속하면서 학생들 사이에서 제법 인기다.
동아리가 생기고 한 달도 되지 않아 200여명의 학생들이 관심을 표현하거나 가입문의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 대학에 재학 중인 김모(23·여)씨는 “졸업이 다가오면서 이성을 만나기 어려워지는데 이런 동아리가 생겨 가입을 해볼까 생각한다”며 “면접을 통해 가입 허가를 받는 게 걸리지만 그만큼 괜찮은 상대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대학가에서 이성 교제를 도와주는 중매동아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학점 관리, 취업준비 등으로 자연스러운 인간관계를 맺기가 예전보다 어려워진 현실에서 비롯된 대학가의 새로운 풍속도다. 하지만 외모, 학벌 등이 중요한 조건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외모·스펙 지상주의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의 C대학교에서도 익명이 보장되는 온라인 채팅방에서 나이와 키, 몸무게, 학과 등을 제시하고 자신과 어울리는 스펙을 가진 이성의 매칭을 기다리는 온라인 중매가 유행하고 있다.
동아리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만남을 주선할 때 키나 몸무게 등의 외모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학과를 밝히도록 하는 건 스펙을 따지는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
대학생들의 이성 교제가 외모와 재력 등으로 서열화된 기성 세대의 ‘결혼 시장’ 논리와 꼭 닮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여성은 출신 대학이나 직업을 크게 따지지 않는다. 다른 소개팅 앱인 ‘아만다’에서는 가입 신청자가 자신의 사진을 제출하고 기존에 가입된 이성의 평가를 통해 기준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한다. 대학생 양모(27)씨는 5일 “소개팅 앱이나 만남을 주선하는 곳은 외모와 키, 학벌, 거주지 등을 구체적으로 따지는 경우가 많아 불편하다”고 털어놨다.
노진철 경북대(사회학) 교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소개팅 주선 현상이 커지는 이유로 자연스러운 만남이 가능한 모임이 많았던 과거와 달리 취업준비 등으로 인간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 현상은 긍정적이지만 만남 기준이 경제 수준이나 직업 등 상업화로 지나치게 변질돼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