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5일 개막한 ‘죽음을 노래하다’는 고려시대 선사(禪師)들의 탑비와 고려인들의 묘지명 탁본을 통해 고려인의 삶과 죽음을 조명한다. 장중한 서체와 종교적인 의미를 담은 선사탑비에서는 엄격함을, 서체와 내용이 보다 자유로운 묘비명에서는 고려인들의 실생활을 엿볼 수 있다.
현화사비 탁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제공 |
이 중 금석문 탁본 유물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관리이자 고고학자로 임나일본부설 등 역사 왜곡에 앞장섰던 오가와 게이기치(1882~1950) 주도로 채탁(採拓)돼 일본으로 반출되었던 것들이다. 기증 유물은 당초 2012년 전시될 예정이었으나, 서예박물관 리모델링 등의 일정이 겹치면서 6년 만에 일반에 공개됐다.
전시에서는 고려시대 석관과 탁본, 고구려 고분벽화와 신라 성덕대왕신종명 탁본 등을 통해 사신도와 비천상 문양의 변천과정을 엿볼 수 있다. 더불어 고·중세인들이 전통종교인 불교와 도교로 사후의 안녕을 기원한 모습을 살핀다.
이 회장은 기증 당시 “서예야말로 미술은 물론 모든 예술의 토대라고 늘 생각해왔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현실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왔다”면서 “역사적으로 현대미술이 큰 빚을 지고 있고 이번 기증을 기회로 그 빚을 조금이라도 갚고 싶다”고 말했다.
서예박물관은 기증품 중 조선시대 묵적 등은 따로 전시할 계획이다. 전시기간 전시 주제와 연계한 특별 강연도 네 차례 열린다. 이동국 서울서예박물관 수석큐레이터는 기증품 중 선사탑비와 부도(승려의 사리나 유골을 안치한 묘탑) 탁본으로 스님들의 죽음 이후 세계를 강연한다.
권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