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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후보 다음으로는 심 후보의 손을 들어준 전문가가 많았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심 후보가 중도나 보수를 의식한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 없이 자신의 소신을 가장 정확하게 밝히며 정체성을 확실히 드러냈다”고 평했다.
두 후보의 TV토론 선전은 대선 판세에도 일정 정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평가다. 목진휴 국민대 교수는 “유 후보 지지율이 다소 오를 것으로 보이는데, 그때 누구 표를 갖고 가느냐가 관건”이라며 “안 후보나 홍 후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세차량 제작 분주한 손길 오는 17일부터 시작되는 제19대 대통령 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을 사흘 앞둔 14일 경기도 김포시의 한 업체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유세차량을 제작하고 있다. 김포=연합뉴스 |
반면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적폐 공방’을 예로 들며 “안 후보는 상대에게 무엇을 가지고 공격해야 할지를 알았다”며 “문 후보는 재원 확보방안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고 이재용을 이재명, 유승민을 유시민이라 잘못 말하는 실수로 유권자에게 부정적 인상을 남겼다”고 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둘 다 방어에 급급했고 자기 정책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재원이나 부작용 발생 우려에 대한 유권자 일각의 불안감 해소에 실패했다”며 “어느 한쪽이 우세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토론은 문 후보가 잘했다”면서도 “다른 후보들의 집중 견제를 받은 안 후보에게 언더독 효과(경쟁에서 뒤지는 사람에게 동정표가 몰리는 현상)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SBS와 한국기자협회가 공동으로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 타워에서 가진‘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좌측부터)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전문가들은 TV토론이 자기 지지층에 확신 효과를 줄 수는 있어도 구도를 결정적으로 바꾸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2012년 대선 당시 한국정당학회·리서치앤리서치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96.7%가 TV토론을 한번 이상 시청했으며, 5.5%가 토론 후 지지후보를 바꿨고 2.8%가 지지후보가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의 박빙 양강 구도에서는 토론이 커다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1위 주자는 균형감과 안정감을 강조하는 게 중요하고 후발 주자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을 두드러지게 해 주목을 받아야 한다”며 “안 후보가 1위 전략과 추격자 전략 중 어떤 것을 택해야 할지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문 후보 측은 “안정감과 신뢰감을 준다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본다”며 “다음 토론에서는 안 후보의 단점을 돋보이게 해 승기를 확실히 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안 후보 말을 문 후보가 자꾸 끊고 네거티브 공세를 하는 바람에 정책 토론이 여의치 않았다”며 “후보가 조금 피곤해 보여 앞으로 토론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일정을 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태영·이재호·김선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