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값 수준으로 치솟은 전셋값과 지속된 경기침체, 소득정체 현상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앞으로 월세 비중이 더 확대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이 같은 월세비중의 확대는 저금리 기조와도 무관치 않습니다. 전세 보증금을 굴릴 데가 마땅치 않은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한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입니다. 그렇다 보니 전셋값이 치솟고 이를 버티다 못한 취약계층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월세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월세비중의 증가가 주거비 상승으로 귀결된다는 점입니다. 월세 증가는 안 그래도 어려운 내수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큽니다.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주거비 부담이 커진 만큼 소비를 덜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특히 서울에서는 신규 아파트일수록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반전세 포함)가 차지하는 비중이 컸습니다. 2015년 이후 입주한 아파트의 비중은 무려 60%를 넘어섰습니다. 월세 수요가 많은 소형 아파트의 입주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새 아파트 선호현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주택 정책은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을 낮추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월세 위주로 재편된 임대차 시장에 맞게끔 관련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그러면서 전월세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주거용 오피스텔에서는 임대인들이 세금문제 때문에 세입자의 전입신고를 가로막는 일이 잦은데, 이는 청년층 1인 가구의 주거 안정성을 떨어트리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주로 월셋집에 거주하는 1인 가구가 급증해 지난 2015년 들어 해당 가구 비중이 전세를 사상 처음으로 추월했다.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월세로 전환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도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
전세물량 부족 등의 이유로 '내 집' 마련에 나선 30~40대도 늘었다.
월세 거주 비중이 가장 큰 1인 가구는 미혼을 중심으로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17일 통계청의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 인구·가구·주택 기본특성항목'에 따르면 2015년 전체 가구 1911만가구 중 자기 집 거주가 1085만가구(56.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월세가 22.9%를 차지해 두번째로 많았고, 전세(15.5%)와 무상(4.0%), 사글세(0.8%) 등 순이었다.
2010년과 비교하면 월세 비중이 2.8%포인트 높아졌으나 전세는 6.2%포인트 낮아져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월세가구 비율이 전세가구를 추월한 것은 1975년 관련 통계 조사가 시작된 뒤 이번이 처음이다.
자기 집 거주의 비중도 같은 기간 2.6%포인트 올랐다. 자기 집과 월세 비중이 동반 상승한 것은 전셋값이 대폭 올라 어쩔 수 없이 집을 사거나 월세로 전환하는 가구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 측은 "아직 이자율이 낮은 편이라 전세를 주려던 이들이 월세로 돌아선 경향이 있고, 수요자 측면에서는 전셋값이 많이 올라 월세로 전환하는 이들이 많아 전반적으로 월세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셋값 폭등, 물건 부족…세입자 어쩔 수 없이 월세로 전환
수도권은 비수도권에 비해 전·월세 비중이 컸으며, 자가 비중은 작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전세 비중은 각각 22.0%, 9.5%였고, 월세 비중은 각각 25.0%, 20.8%였다. 자기 집 비중은 각각 48.9%, 64.1%였다.
시·도별로 살펴보면 서울의 자기 집 거주 비율이 42.1%로 가장 낮았고, 전세(26.2%)와 월세(28.1%)는 가장 높았다.
자기 집의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은 73.4%를 기록한 전남이었고, 경북(69.6%)과 전북(68.6%) 등 순으로 뒤를 이었다. 특별·광역시 중에서는 울산이 62.7%로 가장 높았다. 자기 집 비중이 가장 크게 높아진 곳은 충남(4.4%포인트)이었으며, 월세는 대구(4.6%포인트)가 가장 많이 늘었다.
전세가구의 비중이 커진 시도는 없었으며, 경기(8.4%포인트)와 부산(7.5%포인트) 등의 감소 폭이 두드려졌다.
가구주 연령별 점유 형태를 보면 20대 이하는 월세, 30대 이상은 자기 집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2010년과 비교하면 모든 연령층에서 전세 비중은 낮아졌으나 월세는 상승했다.
자기 집의 비율은 30대와 40대가 각각 2.4%포인트, 1.5%포인트 올랐다. 나머지 연령대는 대부분 감소했다. 전셋값이 많이 오른 여파로 30~40대를 중심으로 이참에 주택 마련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1인 가구 월세비중 절반 육박
2015년 기준 1인 가구는 520만3000가구로, 2010년(414만2000가구)보다 100만여가구 늘어났다. 1인 가구 중 미혼 인구가 228만6000명(43.9%)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사별(27.9%)과 이혼(16.2%), 배우자 있음(11.9%) 등 순이었다.
2010년과 비교하면 미혼이 가장 많은 44만3000명(24.0%) 늘었으며, 증가율은 이혼인구가 51.9%인 28만9000명 늘어나 가장 높았다.
점유형태로 보면 월세가구가 42.5%를 차지해 가장 많았으며, 자기 집(33.6%)과 전세(16.0%) 순이었다.
거처 종류로 보면 단독주택(52.2%)과 아파트(28.4%), 다세대주택(9.0%) 순으로 많았다. 2010년과 비교해 다세대주택이 23만2000가구 늘어나 가장 가파른 98.5%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가구당 평균 사용 방 수는 2010년 3.7개에서 2015년 3.8개로 늘어났다. 1인당 평균 사용 방 수도 같은 기간 1.4개에서 1.5개로 많아졌다.
사용 방 수가 4개인 가구의 비율은 43.1%에서 36.2%로 6.9%포인트 낮아졌고, 5개인 가구 비율은 16.2%에서 21.5%로 늘어났다. 1인 가구의 증가로 사용 방 수 1개인 비율도 7.6%에서 8.6%로 올라갔다.
국내 주택 임대차 시장이 최근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고 있다. 저금리 기조 탓에 전세의 월세 전환에 속도가 붙었기 때문이다. 이런 여파로 특히 청년층은 월세로 내려앉는 이들이 급증했다. |
2015년 들어 총 방 수별 주택을 보면 4개인 곳이 36.3%로 가장 많았으며, 5개(28.7%)와 3개(15.0%) 순이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3개와 4개인 주택의 비중은 각각 1.4%포인트, 11.6%포인트 낮아지고 5개와 6개는 각각 9.3%포인트, 2.4%포인트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