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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대석] “한글서 산업 부가가치 창출 … ‘문자한류’ 전파 거점 역할 할 것”

김철민 국립한글박물관장
한글은 백성에 대한 연민과 사랑, 그리고 의사소통을 하려는 세종대왕의 뜻에서 만들어졌다. 제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우리 사회는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정신을 가진 리더를 갈망하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만난 김철민(55) 국립한글박물관장은 “한글은 문자적으로 우수하지만, 무엇보다 창제 정신에 깃든 정신이 숭고하다”며 “훈민정음은 모든 사람이 쉬운 문자로 소통할 수 있기를 바라는 애민(愛民)정신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에는 7000여개의 언어가 있다. 이들 가운데 ‘한글’과 ‘국립한글박물관’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인가.

“전 세계에 문자와 언어를 주제로 한 박물관은 10여 개에 불과하다. 특히 자국 문자를 기리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국립박물관을 만든 것은 우리나라와 중국 단 두 곳뿐이다. 영어와 독일어, 프랑스어는 각각 다른 언어이지만 뿌리는 같다. 각 지역에서 언어가 조금씩 변형된 것들이다. 반면 한글은 창제 취지가 분명하다. 창제 방법과 원리가 명확하고, 이것을 어떻게 사용해야 한다는 사용법도 공식 기록 문서로 남겨져 있어 다른 문자와 차별화된다. 이런 한글을 기리고, 문자적·문화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만든 것이 국립한글박물관이다.” 


김철민 국립한글박물관장이 지난 17일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자국 문자를 기리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국립박물관을 만든 것은 우리나라와 중국 단 두 곳뿐”이라며 “국립한글박물관이 한글의 가치와 발전 가능성을 전파하는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문 기자
―한글과 국립한글박물관이 다른 언어나 문자박물관과 차별화되는 부분은 무엇인가.

“중국이나 이집트의 문자 관련 박물관에 가면 흔히 3000∼4000여년 전의 상형문자와 관련한 유물 등을 볼 수 있다. 상형문자가 새겨진 당대의 비석이나 토기 등이다. 이런 유물들은 그 박물관의 킬러 콘텐츠로 자리 잡고, 관람객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한글은 역사가 570년에 불과해 이런 유물이 많지 않다. 킬러 콘텐츠를 내세워 관람객의 발길을 끄는 것이 어려운 셈이다. 하지만 한글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와 일상에서의 흔적들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한글이 창제된 당시 사람들의 문서를 보면 현대와 차이를 찾을 수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맞춤법이 달라졌고, 지역에 따라 표현이 다르기도 하다. 이런 차이들을 통해 당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고, 상상력을 더해 스토리를 입힐 수 있다.”

―한글을 해외에 알리는 데 적극적이다.

“세계적인 석학들은 오늘날 한국의 경제성장과 발전의 밑거름에 한글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미국 시카고대의 언어학자인 J D 맥컬리 교수는 한글의 과학성과 수학적 체계성에 매료된 나머지 직접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는 10월9일 한글날이 되면 주변 사람들과 한국 음식을 먹으며 한글날을 기념할 정도다. 한글박물관은 그런 분들을 직접 만나면서 한글에 대한 의견을 듣는 등 교류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현지의 반응도 확인하고, 한글에 대한 평가도 듣는 등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은 각각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3국의 문자박물관 관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글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서는 지리적으로 인접한 동북아 3국의 교류가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한·중·일 3국 모두 자국 문자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 쉽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서로의 공감을 얻는 데 성공했다. 한·중·일의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이 문자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한·중·일이 어떤 부분에서 협력하고 있나.

“지난해 11월에는 한·중, 한·일 문자 박물관 간의 공동연구와 학술정보 교환, 교류 협력 촉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지난 3월에는 중국의 문자박물관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오는 10월에는 한글박물관에서 한·중·일 문자특별전을 개최한다. 이후에도 한·중·일 3국이 돌아가면서 문자특별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올해가 세종대왕 탄신 620주년이다. 박물관에서도 이를 기념해 ‘훈민정음과 한글디자인’ 전시회를 개최했다.

“한글의 창제 원리에 나온 한글 자모의 모습을 보면 그 자체가 훌륭한 디자인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 이를 알리기 위해 ‘한글 실험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한글 디자인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한글 실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본 도쿄에서 ‘훈민정음과 한글디자인’ 전시를 개최했고, 올해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두 번째 해외전시를 개최한다.”


―유독 한글의 ‘디자인’에 초점을 맞췄다.

“한글은 조형미가 뛰어난 것은 물론 디자인 면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갑골문자처럼 오래된 역사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조합이 합리적이고 배우기 쉬워 현대적 활용가치가 높다. 이를 위해서는 한글의 디자인적 측면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전시를 비롯해 해외에서 진행한 전시와 포럼에서도 한글의 현대적 활용방안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 일본 전시에서도 한글을 활용한 회화(繪), 액세서리, 조형물 등 한글 디자인 작품 23점을 전시해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었다.”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서는 국민적으로 공감하지만, 산업적 측면에서 활용도가 높지 않다. 영어나 일본어, 중국어 등에 비해 한글이 주는 이미지가 다양하지 않은데.

“이와 관련해 2013년 박물관에서 연구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한글의 확장성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조사였다. 올해 2차 조사를 진행할 계획인데, 1차 조사와 비교가 이뤄지면 추후 박물관 차원에서 연구나 사업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지금 고려 중인 것은 한글과 관련한 문화상품에 한글 디자인을 적용하는 것이다. 현재 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훈민정음과 한글디자인’ 전시도 그 일환이다. 이를 위해 외국의 사례들도 파악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관광산업과 연계하는 것도 준비 중이다.”

―박물관에서 글꼴센터도 운영 중인데, 가시적인 성과가 있나.

“스마트폰과 PC 등 IT가 발달하면서 글꼴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글꼴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글꼴에 대한 저작권 문제가 점차 커지는 추세다. 글꼴 관련 문제가 난립하면서 피해가 생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 시장 질서를 확립하는 차원에서 한글 글꼴 품질검사 및 글꼴 정보검색 데이터베이스(Database·DB)를 구축했다. 글꼴을 만드는 제작자나 구매하는 사람이 DB 검색을 통해 정품 여부를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줄 계획이다.”

―세계화 시대에 한글만 고집하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측면도 있다.

“지난해 한·중·일 문자박물관장 간 연구협력을 진행하면서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각국의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무조건 ‘한글이 최고’라고 했다가는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물론 중국과 일본 모두 자신들의 문자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은 지난 1500여 년간 한자문화를 공유했다. 우리는 오늘날 한글을 쓰고 있지만, 여전히 한자문화가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각각의 문자가 단절된 형태가 아닌, 공유하고 변화한 과정을 보여주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단순히 한글이 우수하다고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면에서 더 나은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립한글박물관이 올해로 3주년을 맞는다. 앞으로 박물관의 운영 방향은 어떻게 되는가.

“한글박물관을 찾은 외국인 관람객을 대상으로 심층 분석을 진행한 바 있다. 한글박물관을 찾는 외국인 관람객은 대부분 지식인들이다. 한국에 학술토론회 등을 목적으로 방문했다가 한글박물관을 찾은 것이다. 그런 분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면 한글이 우수하고 독특하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그 우수성에 따른 효과를 보여주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을 많이 듣는다. 실제로 한글이 한국경제에 미친 효과 등에 대한 연구나 자료는 많지 않다. 많은 학자들이 한글이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하지만, 수치는 부족하다. 박물관에서는 뒷받침되는 통계 등에 대한 연구를 올해부터 시작했다. 이를 통해 한글의 가치와 발전 가능성을 전파하는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대담=류영현 문화부장

정리=권구성 기자 ks@segye.com


◆김철민 국립한글박물관장 약력

●1962년 서울 출생 ●연세대 불어불문학과 학사 ●서울대 행정학과 석사 ●미국 텍사스A&M대 도시계획 박사 수료 ●경희대 호텔관광학과 박사 ●문화체육관광부 국제관광과장·문화산업정책과장·관광레저기획관·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사무처장·관광정책관·저작권정책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