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인간으로 인한 지구의 몸앓이는 여전한 듯하다. 최근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연구결과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호주국립대(ANU) 연구팀은 지구의 기후변화가 인간으로 인해 170배나 빨라졌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의하면 자연은 100년에 0.01도씩 기후를 변화시키는데 지난 45년간은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에 의해 100년당 1.7도가 상승했다는 것이다. 실제 하와이 마우나로아 대기관측소에서 측정한 2016년 이산화탄소 농도는 405.1ppm을 기록했다. 2015년보다 3ppm 증가한 수치다. 2015년에도 전년도보다 3.03ppm이 증가했다. 2년 연속 3ppm 이상 증가한 셈인데 이는 마우나로아 대기관측소에서 1958년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3월에는 세계기상기구(WMO)가 작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난 극단적 기상현상이 인간에게서 비롯된 기후변화의 결과라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조경규 환경부 장관 |
우리나라도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7%를 감축하기로 국제사회에 공표한 상태다. 이미 정부는 배출권거래제, 친환경차 보급, 신재생에너지 보급 등 다양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이행 중이며, 구체적 이행과제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목표 달성을 장담할 수 없다. 모든 국민의 참여가 필요하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에너지의 약 36%가 가정·상업·수송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비산업부문에서 소비되고 있다. 산업부문도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소모되고 온실가스가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종국적으로는 우리의 생활습관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저탄소생활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저탄소생활 실천방법은 매우 많다. 수돗물 아껴 쓰기,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안 쓰는 전기제품 플러그 뽑기, 불필요한 전등 끄기, 친환경제품 사용하기 등. 그간의 생활습관, 소비습관을 바꾸어야 하는 귀찮은 일일 수도 있다. 사소한 행동변화로 온실가스를 과연 얼마나 줄이겠나 하는 의구심도 들 수 있다. 하지만 전기, 가스, 수도 사용의 절약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탄소포인트제를 통해 작년 한 해 동안 153만t의 온실가스를 감축했다. 친환경제품 구매, 대중교통 이용 등 저탄소 소비생활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그린카드를 통해서도 81만t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에게는 후손에게 건강한 지구를 물려줄 의무가 있다. 건강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필요하고, 저탄소생활이 그 시작점임을 제안한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로버트 치알디니가 그의 명저 ‘설득의 심리학’에서 제시한 스몰빅(Small Big) 효과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 일상생활의 작은 습관과 행동이 지구를 살리는 첫걸음인 것이다. 올해 지구의 날에는 전 국민의 마음을 담은 저탄소 생활을 지구를 위한 생일 선물로 준비해 보는 것이 어떨까.
조경규 환경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