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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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제품도 3D 프린팅 성공, 유리공예가도 사라질까

머지않아 입으로 불어가며 유리 공예품을 만드는 광경이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영국의 학술지 네이처는 20일 독일 과학자들이 3차원(3D) 프린터를 이용해 작고 복잡한 구조의 유리제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3D 프린터로 제작한 플라스틱과 세라믹 제품은 많이 등장했지만 액체유리로 정밀한 공예품을 제작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액체유리는 고분자로 된 액체에 유리 분말을 녹여 만든다.

네이처에 따르면 독일 카를스루 공대의 바스티안 라프 교수팀은 액체유리를 이용한 3D 인쇄 기술을 개발했다. 나아가 매듭형태를 띤 빵인 프레젤(Pretzels)과 벌집, 성 등 복잡한 모형들을 유리로 재현하는 데도 성공했다. 바스티안 교수는 “유리는 인류가 알고 있는 가장 오래된 재료 중 하나지만 3D 인쇄 혁명에서는 무시당하고 있었다”라며 이번 연구의 계기를 설명했다.
 
독일 카를스루 공대의 바스티안 라프 교수팀이 액체유리의 3차원(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만든 유리성의 모습. 출처=영국 학술지 네이처

유리는 3D 프린터의 소재 중 하나로 쓰이는 금속에 비해 고온에서 녹는다. 이런 점 때문에 그동안 유리는 3D 인쇄가 힘들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과학자들이 1900도까지 가열하는 특수 3D 프린터를 써 유리인쇄 제작을 시도했지만, 그 결과물은 약하고 투명하지도 않아 널리 사용되긴 힘들었다.

이에 라프 교수팀은 액체유리에 주목했다. 3D 프린터에서 액체유리를 사용해 원하는 공예품 등을 인쇄하듯 만들고, 그 다음 1300도가 넘는 오븐으로 가공하면 유리 입자만 다시 융합되어 투명한 제품이 탄생한다는 게 교수팀의 설명이다.
 
3차원(3D) 프린터로 벌집 모양 유리를 인쇄·제작하는 모습. 열을 가해 가공하고 있다. 출처=영국 학술지 네이처

유리는 강하고 오래 지속되며 열과 전기를 차단할 수 있는 고유의 장점을 지니고 있다. 

라프 교수팀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이 스마트폰 카메라와 작은 부품, 유리로 된 장식품, 복잡한 유리 패널까지 무한 응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액체유리에 금속입자를 섞으면 색깔을 지닌 유리도 인쇄·제작할 수 있어 다양한 예술작품에도 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라프 교수는 "현대의 최신 3D 인쇄 장비로 가장 놀라운 광학적, 기계적, 물리적 특성을 가진 소재 중 하나를 가공할 수 있게 됐다"며 "우리의 목표는 3D 인쇄의 물질적 한계를 줄이는 것"이라고 연구 의미를 자평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