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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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점' 서기자의 살과의 전쟁] (9회) 다이어트의 '작은 실패'를 극복하는 법

다이어트는 나와의 약속이다. 하지만, 그 약속을 매번 지키기란 힘들다. 세상은 ‘나’와 사는 게 아니라 ‘남’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친구와 술도 먹어야 하고, 회사 회식도 해야하고, 가족행사에도 함께해야한다. 그러다 보면 나와의 약속이 흐지부지해지기도 한다. 특히 대부분의 인간관계가 함께 무엇인가를 먹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인간관계를 유지하려면 결국 먹어야한다. 가끔은 예상 못 한 큰 일이 터지기도 한다. 회사일이나 가족을 돌봐야하는 일로 내 몸을 돌볼 시간이 없을 때 ‘다이어트’같은 사치스러운 일에 부릴 여유 따윈 없다.

그동안 몇 번의 다이어트를 그렇게 실패했었다. 연이은 회식이 이어지거나, 명절로 가족과의 술자리가 이어지거나, 또는 연말에 친구들과의 만남이 잦아지면서, 또는 장기출장같이 장기간 외부 환경이 바뀌었을 때를 기점으로 다이어트 자체를 중단하곤 했던 것이다. 굳은 의지로 한창 다이어트를 잘 해나가고 있다가도 일단 흐름이 끊어지면 와르르 무너진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먹고 싶었던 거나 왕창 먹자’는 마음으로 폭식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또 한 번의 다이어트 시도가 물거품이 된다.

이번 ‘살과의 전쟁’을 2월이라는 애매한 시기에 시작했던 것도 이런 실패가 다시 되풀이돼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연말 망년회와 친구들과의 술자리 시즌이 끝나고, 연초 ‘설날’이라는 대형 암초까지 지난 뒤에야 비로소 살을 빼기 위한 본격적 여정에 돌입했던 것이다. 적어도 이 시기라면 완벽하게 자기관리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이번 주가 그랬다. 유난히 일이 바빠서 잡혀있던 코치와의 운동을 걸렀다. 개인운동을 할 시간도 없었다. 한참 운동이 몸에 밴 시기라서 아쉽기도 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이후 진짜 큰 일이 생겼다. 아내의 할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신 것. 부리나케 처가 가족과 함께 장례식장을 가서 이후 3일 동안 장례식장을 지켰다. 가족의 비극에 내 몸 따윈 챙길 여유도 없는 법. 부실한 잠자리에서 계속 술자리가 이어지는 우리나라 장례식 문화 속에서 짧은 며칠 동안 다이어트 따위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모든 일이 끝나고 현실로 돌아왔을 때 몸이 무겁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혹시 내 몸이 리바운딩이 된 건 아닐까’ 하는 공포감이 제일 먼저 들었다. 체급별로 경기를 하는 격투기선수의 경우 계체를 하기 전 4~5kg을 단기간에 감량하는 심한 다이어트를 하곤 한다. 계체량을 통과한 뒤 식사를 하면 몇시간 만에 이 몸무게가 바로 복구가 된다. 이게 바로 ‘리바운딩’이다. 어쩌면 이 며칠간의 과식으로 힘들게 뺀 내 체중도 이런 리바운딩의 과정을 거쳤을 수도 있다. 그러니 어찌 공포감이 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오랜 공백 끝에 다시 운동을 하러 온 코치는 “무서워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저울로 몸무게를 재 보며 변화를 체크하고, ‘작은 실패’를 극복할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는 것. 생각해보니 과거의 나는 이런 실패 이후 항상 도망만 갔었다. ‘며칠 동안 많이 먹었으니 어차피 살이 쪘을 거야’라고 생각하며 혼자 좌절했었다. 다시 몸무게를 잴 생각도 못했다. 올라간 숫자와 직면할 자신이 없었으니까. 아마도 모든 살을 빼 본 사람은 비슷한 경험을 했으리라. 우리에게는 올라가는 저울의 숫자를 직면할 용기가 없다.

결국, 현실을 직면하고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저울에 올라가 마주한 숫자는 의외의 선방이었다. ‘에게. 많이 안 쪘네’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착실히 몸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는 코치의 설명이다. 식이요법과 무산소운동과 유산소운동을 적절히 조합해 천천히 뺀 살은 짧은 시간에 다시 찌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날 한껏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을 했다.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살 빼는 사람들에게 사회는 암초투성이다. 마음을 단단히 먹어도 어쩔 수 없이 다이어트의 결심이 무너질 때가 수도 없이 많다. 사회생활과 병행하는 다이어트에 ‘작은 실패’는 예정된 것일 수도 있다. 어쩌면 과거에도 이처럼 실패를 순순히 받아들이고 다시 시작했다면 진작에 살을 뺐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실패를 받아들이고 다시 시작하는 지금 그런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제 다시 결심한다. 내일부터는 이 실패를 딛고 다시 쭉쭉 건강한 삶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그럼 조금 더 날씬해진 몸으로 다음주에 뵙기를 바라며.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윤현용 트레이너의 다이어트 이야기

우리 몸은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강해서 다이어트 중 잠시 운동을 중지하거나 식이조절에 실패해 금세 리듬이 깨지는 일을 흔히 겪곤 합니다. 하지만, 바쁜 일상 중 잠깐의 시간을 투자한다면 이렇게 리듬이 깨지는 일 없이 다이어트를 성공적으로 해나갈 수 있습니다. 

특히, 짧은 시간을 할애해 할 수 있는 맨몸운동은 전신의 많은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시간대비 효율성이 높아 적은 시간에도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체중유지에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20∼30분 이상 헬스장에서 운동을 해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일상생활 속에서 짧은 시간 동안 운동을 해준다면 신진대사량의 감소를 방지할 수 있으며 우리 몸은 신체활동을 하루건너 뛰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다이어트 리듬을 유지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럼 간편하게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운동인 ‘암워킹’을 사진을 통해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윤현용(센터원 웰니스 휘트니스센터 트레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