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아직 완전 정착되었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문화상품인 책을 보호하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자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도서정가제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이 못마땅해 보입니다. 제도 시행 이후에도 불공정한 경쟁과 유통구조의 문제가 그대로 인데다, 여전히 편법 할인이 이뤄진다는 점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책값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도서정가제가 책의 할인 폭을 제한하는데다 오히려 책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우려가 존재하는 것으로, 재화를 저렴하게 구입하려는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도서정가제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태도와 전반적인 독서 실태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현행 도서정가제가 무분별한 가격경쟁을 지양하기 위해 2년여전 개정됐지만, 법망이 허술해 대형 온라인서점의 각종 쿠폰·사은품 공세를 규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37.2%만이 도서정가제도가 잘 시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10명 중 6명은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되레 책값이 더 비싸진 것 같다고 밝혔다.
도서정가제에 대해선 찬성(25.1%)보다는 반대(43.2%) 의견이 더 많았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이후 독서 경험이 있는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독서 이용 행태와 도서정가제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014년 11월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으나 여전히 소비자들은 도서정가제의 필요성에 적지 않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반적인 독서량도 감소하고 있는 추세였다. 먼저 여전히 ‘도서정가제’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소비자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이전에 도서정가제에 대해 들어봤고, 제도에 대한 내용도 잘 알고 있다는 소비자가 전체 37.3%에 그친 것이다.
◆"도서정가제도가 잘 시행되고 있다" 37.2%뿐
도서정가제의 운영 전반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지 못한 모습이었다. 전체 37.2%만이 도서정가제가 잘 시행되고 있다고 바라본 것이다. 다만 2015년 조사에 비해 도서정가제가 잘 운영되고 있다는 평가가 다소 증가한 것은 다행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40대 소비자(44%)가 다른 연령에 비해 도서정가제의 운영에 좀 더 후한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10명 중 4명(38.3%)은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의견을 내비쳤고, 4명 중 1명(24.5%)은 아예 도서정가제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느낀다는 점을 고려하면, 도서정가제의 완전한 정착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도서정가제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하는 소비자들은 괜히 책값만 올린 것 같다(48.2%, 중복응답)는 생각을 특히 많이 하고 있었다. 또한 여전히 대형서점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유통구조에 문제가 있고(41.2%), 다양한 편법 할인이 존재하며(40.4%), 책값에 대한 부담감으로 소비자들이 책을 구입하지 않는 것 같다(38%)는 의견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도서정가제의 도입 이후에도 과도한 가격경쟁과 대형서점 중심의 유통구조라는 문제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고,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소비자들이 도서 가격의 인상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여진다.
◆10명 중 6명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책값 비싸진 것 같다"
실제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책값이 비싸졌다는 인식이 뚜렷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전체 10명 중 6명 정도(58.9%)가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고 난 뒤 책값이 비싸진 것 같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30~40대 소비자가 책값 상승을 보다 많이 체감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도서정가제의 도입과 함께 책값이 오히려 저렴해졌다고 생각하는 소비자(1.9%)는 찾아보기 어려웠으며, 39.2%는 제도 시행 이전과 비교했을 때 책값에는 별 차이가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
도서정가제 도입 이후 도서 이용방식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존재했다. 절반 가량이 도서관이나 도서대여점 등에서 책을 빌려보는 경우가 많아졌으며(52%), 온라인 서점의 이용이 증가했다(48.5%)고 응답했다. 특히 온라인 서점의 이용이 많아졌다는 소비자가 크게 증가한 것이 눈에 띄는 변화였다.
이와 함께 책을 구입하는 비중이 감소했다는 데 동의하는 소비자(45%)가 많은 것도 주목해 볼만한 부분이다. 그밖에 10명 중 4명 정도는 중고책 이용이 증가하고(39.7%), 전자책 이용이 증가했다(36.2%)고 응답했다. 다만 도서정가제 도입의 중요한 취지 중 하나였던 동네서점의 활성화는 생각만큼 잘 이뤄진다고 보기 어려웠다. 동네서점의 이용이 증가했다는데 동의하는 소비자가 단 8.3%에 그친 것이다.
◆도서정가제 찬성 25.1% vs 반대 43.2%
책값 상승에 대한 부담감과 개선되지 않는 가격경쟁 및 유통구조의 문제점을 반영하듯 여전히 상당수 소비자들은 ‘도서정가제’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었다. 도서정가제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어본 결과, 도서정가제를 찬성하는 소비자(25.1%) 보다는 반대하는 소비자(43.2%)가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다만 2015년과 비교했을 때 찬성하는 의견이 소폭 증가하고, 반대하는 의견은 다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도서정가제의 도입으로 책 구입과 독서량 감소를 예상하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았다. 전체 응답자의 44%가 도서정가제의 시행으로 앞으로 책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줄어들 것 같다고 바라봤으며, 향후 국민들의 독서량이 감소할 것 같다고 우려하는 소비자도 10명 중 3명 이상(32.9%)이었다.
현행 도서정가제는 법정할인율 15% 같은 '편법'을 인정해 빈틈이 있어 제도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도서 가격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다른 방식의 책 소비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소비자들도 많았다. 도서정가제의 시행으로 중고책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것 같고(50.3%), 전자책 구입이 늘어날 것 같다(40.8%)는 예상이었다.
◆전반적인 독서량 감소세 뚜렷
최근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독서량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부터 최근 1년 동안 사람들의 연간 평균 독서량은 8.7권(단행본 기준)으로, 전년(9.6권)에 비해 1권 정도의 책을 덜 읽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남성의 독서량(9.7권)이 여성(7.6권)보다 앞섰으며, 연령별로는 20대(9.2권)와 40대(9.6권)가 30대(7.2권)와 50대(8.6권)보다 책을 좀 더 많이 읽는 편이었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독서 방식은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종이책을 구입해 읽거나(66%, 중복응답),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활용하여 ‘전자책(E-book)’으로 읽는(53.4%) 방식으로, 도서관 및 도서대여점에서 책을 빌려 읽거나(43.7%) 서점을 찾아가서 책을 읽는(17.6%) 경우보다 훨씬 보편적인 방법이었다.
전반적인 독서량 감소와 함께 종이책과 전자책 구입도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종이책의 경우 전체 응답자의 84.1%가 최근 1년 동안 직접 구입해 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2015년 조사(86.9%)보다 소폭 줄어든 결과이다. 종이책의 구입 경험은 남성(86%)과 30대(88.4%), 전문경영직 종사자(92.3%)가 가장 많았다.
현행 도서정가제에 관련 누리꾼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비판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 |
온오프라인 서점 이용비중을 살펴본 결과, 온라인 서점에서의 종이책 구입 비중(58.4%)이 오프라인 서점에서의 구입 비중(41.6%)보다 우세한 것으로, 종이책을 10번 구입하면 6번 정도는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온라인 서점은 여성과 30~40대가 주로 많이 이용했다. 반면 오프라인 서점에서 종이책을 많이 구입하는 소비자는 20대(45.4%)와 50대(43.6%), 그리고 남성이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