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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당 대선 후보들이 후보로 확정된 뒤 방문한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남긴 방명록.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위 왼쪽),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위 오른쪽),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운데 왼쪽),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운데 오른쪽), 정의당 심상정 후보(아래)의 방명록. 연합 |
20년 가까이 필적을 연구해온 구본진 변호사는 유력 대통령 후보자 5명(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유승민, 정의당 심상정)의 글씨를 살펴본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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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명의 후보자가 쓴 방명록을 살펴보는 구본진 변호사. 이창훈 기자 |
인내와 과시욕이 두드러지는 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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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방문 남긴 방명록. 각진 글씨와 긴 가로획이 두드러진다. 문재인 후보 홈페이지 |
구 변호사는 문 후보의 글씨에서 ‘큰 인물에 대한 욕망’과 ‘인내력’을 읽었다. 문 후보의 필적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큰 글씨와 각진 글씨, 긴 가로획이었다. 글씨 크기는 배포를, 각진 글씨는 지구력을 나타낸다. 방명록을 살펴보면 문 후보가 첫 글자를 유독 크게 쓰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ㄱ’과 ‘ㅈ’에서 두드러지는 각진 필적은 문 후보의 인내심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구 변호사는 “5명 후보 중에서 가장 각이 진 필적을 구사한다”며 ”뚝심과 고집이 보인다”고 말했다.
문 후보의 가로획은 호를 그리면서 옆으로 삐져나간다. 특히 자신의 이름을 쓸 때 ’인’의 ’ㄴ’은 가로로 쭉 뻗는다. 구 변호사는 “나폴레옹의 글씨가 호를 이루면서 뻗어 나간다”며 “과시욕 큰 인물이 되고 싶은 욕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순발력과 직관을 갖춘 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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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남긴 방명록. 끊어진 획과 각진 곳이 없는 글씨가 눈에 띈다. 연합 |
홍 후보의 글씨는 거침이 없다. 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니 글씨가 무너지고 획이 끊어진다. 지난 1일 현충원을 방문해서 쓴 ‘필사즉생(必死卽生)’의 ‘즉’ 자는 빠른 속도 때문에 모서리의 각진 획이 생략됐다. 홍 후보 글씨의 ‘ㅂ’은 꼭지가 달린 ‘ㅇ’과 비슷했고, ‘표’의 ‘ㅛ’는 가운데 획이 끊어져 있었다. 글씨의 속도는 판단력에 비례한다. 구 변호사는 “5명 후보 중에서 홍 후보의 두뇌 회전이 가장 빠르다”며 빠르고 거침없는 필적에서 홍 후보의 순발력과 진취적인 성격을 읽어냈다.
빠른 속도의 필적은 홍 후보의 순발력을 나타내면서 동시에 직관적인 성격도 드러냈다. 좌우 글씨가 일부 겹치고 글씨의 크기가 일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구 변호사는 “직관적이고 충동적인 성격이 드러난 것”이라며 “유승민 후보가 틀 안에서 변화를 보여준다면 홍 후보는 틀조차 깨뜨리는 감정적인 성격이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필적과 홍 후보의 필적을 비교한 구 변호사는 “홍 후보가 감정적·직관적인 판단으로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트럼프는 계획적·이성적으로 강한 모습을 연출한다”며 “트럼프의 글씨는 활달하고 거침없지만 동시에 치밀하다”고 분석했다.
순수한 安, 강철수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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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2일 서울 마포구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해 남긴 방명록과 지난 18일 국립대전현충원을 방문해 남긴 방명록. 글씨의 크기가 커지고 각이 두드러졌다. 연합, 김대중도서관 |


안 후보의 또 다른 특징은 필적의 변화였다. 2012년 처음 대선 후보로 나섰을 때와 비교하면 글씨 크기가 커졌고 각이 졌다. 글씨의 각이 진 정도는 단호함과 비례한다. 5년 전보다 ‘ㄴ’과 ‘ㄹ’ 등 획이 꺾이는 부분의 각이 더 두드러졌다. ‘강철수’ 이미지를 내세우며 발성까지 바꾸는 노력이 필적 변화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였다.
강단과 소신의 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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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남긴 방명록. 글씨의 변화가 조화를 이룬다. 연합 |
촘촘한 자간과 행간에서는 유 후보의 강단을 읽을 수 있었다. 안 후보 보다 좁은 자간·행간은 타인의 시선에 개의치 않는 유 후보의 성격을 드러냈다. 구 변호사는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 성격”이라며 “다만 소신만 앞세우다 보면 독선에 빠질 수 있다”고 염려했다.
유연함의 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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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18일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해 남긴 방명록. 각지지 않은 글씨에서 유연함이 드러난다. 연합 |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