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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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4차 산업혁명 핵심은 반도체

세계 최고 자만 말고 끝없는 노력을
차세대 뉴로모픽 칩에 승부 걸어야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이 3개월 연속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지난달 76억달러를 돌파했다. 반도체시장이 보통 3~4년을 주기로 불황과 호황을 반복하고 있지만 과거와 다르게 호황기가 매우 길어지는 울트라 슈퍼사이클이 될지 모른다는 의견도 강하다. 이는 반도체가 4차 산업혁명을 이루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자율주행차 등의 기술에 필수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전류를 흘리는 도체와 못 흘리는 부도체의 중간물질을 반도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반도체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전류 전도의 정도를 인위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것인데, 이를 바탕으로 만든 소자는 전기 신호를 빠르게 껐다 켰다 할 수 있고 증폭할 수 있으며 저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랜지스터는 반도체의 기본 소자이고, 반도체 기판에 수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시켜 D램이나 낸드플래시 같은 메모리 반도체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같은 시스템 반도체도 만든다. 


이병호 서울대 교수· 전기정보공학
D램이란 수시로 정보 입출력이 가능하지만 전원이 공급되지 않으면 기억된 정보가 사라지는 메모리이며, 낸드플래시란 전원이 끊겨도 데이터를 보존하는 메모리이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기술은 시스템 반도체보다는 메모리 반도체가 주를 이루는데 개인용컴퓨터(PC)뿐 아니라 스마트폰, 디지털카메라, 이동식저장장치(USB),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등에 사용된다. 소자의 집적도를 높이기 위해 마치 물고기 지느러미처럼 보여 핀펫이라 불리는 3차원 구조의 트랜지스터가 이용되며,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공정 최소 선폭은 10㎚(1㎚=10억분의 1m) 이하가 돼 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랑스러운 반도체 역사를 갖고 있다. 고 강대원 박사는 1960년 미국 벨연구소에서 최초의 실리콘 기반 모스(MOS) 트랜지스터를 만들었다. 이 기술이 현재 사용되는 대부분의 트랜지스터 기술의 근간이 됐다. 또한 플로팅 게이트 메모리 기술도 개발했는데 이는 낸드플래시의 초석이 된 기술이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의 역사는 1974년 한국반도체에서 시작하는데, 1982년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사운을 걸기로 하면서 본격화돼 수많은 전설적 기록을 남겼다. 현재는 세계의 모든 시장분석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빼고는 반도체 산업을 논할 수 없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반도체 기술과 산업이 세계 최고를 달리지만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지난해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 구매액이 가장 컸던 나라는 대만이며, 그 증가율이 가장 큰 나라는 중국이다. 세계적 반도체 제조업체인 대만의 TSMC는 올해 7㎚ 공정 테스트를 완료하고 양산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완전히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기술의 연구개발(R&D)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IBM, 퀄컴, 인텔은 ‘뉴로모픽 칩’을 만드는 경주를 이미 시작했다. 뉴로모픽 칩이란 인간의 두뇌가 정보처리를 하는 방법을 흉내 내 연산, 인식, 저장, 패턴분석 등을 하는 칩을 말한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에서 사람들이 주목하지 못한 것은 컴퓨터의 부피와 전력소모이다. 알파고는 최고 사양의 기업용 서버 300대를 결합해 만들었다. 인간의 뇌는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가 100조 개의 시냅스로 연결돼 있는데, 그 총 부피는 매우 작으며 각 신경세포의 처리속도는 초당 10회 정도에 불과하다. 하나의 중앙처리장치(CPU)의 처리속도는 인간의 1억배 이상에 달하지만 인간 두뇌의 패턴인식 능력이나 사고능력을 따라가지 못한다. 또한 비슷한 수준의 정보를 처리하는 데 슈퍼컴퓨터는 100만W급 전력을 소모하나 인간은 20W의 에너지를 소모한다.

우리의 두뇌는 현재 최고의 컴퓨터 기술도 따라갈 수 없는 놀라운 능력을 지녔다. 두뇌의 정보처리 연구는 걸음마 단계이지만 산·학·연이 협력하고 국가가 지원해 우리나라의 반도체 기술을 세계 최고로 유지시켜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이병호 서울대 교수· 전기정보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