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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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청정 고사리 꺾으러 옵서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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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청정 고사리 축제가 29∼30일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산76의 7(국가태풍센터 서쪽) 일대에서 열린다.

‘생명이 움트는 행복한 남원읍으로 혼저옵서예’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축제에서는 청정 고사리를 소재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축제장에서는 고사리를 대형 가마솥에서 삶아 실외에서 건조하는 과정을 시연하는 고사리 풍습 체험, 고사리전·고사리빙떡 등 고사리를 이용한 음식 만들기, 고사리 사진 전시회, 고사리 생태 체험관 등이 운영된다.

일요일(30일)에는 축제장 주변 들판에서 고사리 꺾기와 보물찾기를 함께 진행하는 ‘황금 고사리를 찾아라’ 행사가 마련된다.

참가자들이 꺾어온 고사리를 기부받아 판매, 수익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기부하기도 한다.

고사리를 넣은 흑돈 소시지 만들기, 동물농장 체험, 승마체험, 어린이 그림 그리기 대회, 머체왓 숲길 걷기대회, 고사리 염색 체험, 축제 기념 골프대회 등 모든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 좋다.

개그맨 김한국과 함께하는 즉석 노래자랑, 풍물패 공연, 밴드 공연 등 봄 정취 속에서 다양한 문화공연도 펼쳐져 축제 분위기를 뜨겁게 달군다.

제주 고사리축제는 올해로 22회를 맞는다.

제주도는 곶자왈, 오름 등 고사리가 잘 자랄 수 있는 자연환경을 갖고 있어 섬 곳곳에는 봄이면 어김없이 고사리가 우후죽순 솟아오른다.

맛도 영양도 최고인 제주산 고사리를 채취할 수 있는 기간은 4월에서 5월 중순까지 정도다.

이 기간 후에는 잎이 펴버리거나 줄기가 단단하고 질겨져서 맛이 없다.

제주에서는 고사리철이면 남녀노소 누구나 덤불을 헤치고 숲 속으로 들어가 고사리 꺾기 삼매경에 빠진다.

식용으로 채취하는 건 잎이 피어나기 전 동그랗게 말린 어린 순이다. 채취한 고사리는 고유의 독과 쓴맛을 빼기 위해 푹 삶는다. 보관을 위해서는 삶은 고사리를 말리거나 얼린다.

고사리는 맛이 좋은 데다가 영양성분도 훌륭해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고 불린다.

단백질, 칼슘, 철분, 무기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머리와 혈액을 맑게 해주고 음기를 보충해 열독을 풀어주며 이뇨작용도 원활히 해주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360여 종의 각종 고사리가 들판에서 자생하며 가는쇠고사리, 일색고사리, 바위고사리, 선바위고사리 등 약 80% 정도를 제주도의 들판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제주의 천연고사리는 ‘궐채’라고 불리며 예로부터 임금님께 진상됐다고 한다.

2013년 국민이 뽑은 제주 7대 특산물에 선정되기도 했다. 조상들은 오래전부터 잎이 완전히 피지 않은 고사리를 채취해 나물 또는 국거리로 활용했으며 완전히 자란 고사리는 가을에 채취해 말린 후 이뇨제, 해열제로 사용했다고 한다.

제주에서는 봄철 채취한 고사리를 잘 말려서 보관해뒀다가 명절이나 제사에 쓴다. 고사리는 돼지고기와 잘 어울린다. 육즙 가득한 제주산 돼지고기와 고사리를 불판에 함께 올려 구워 먹으면 산해진미가 따로 없다.

오랫동안 푹 끓여 실타래처럼 풀어진 고사리와 고깃국물이 어우러진 고사리 육개장은 이제 도민은 물론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제주의 유명 향토음식이 됐다.

고사리나물을 각종 나물 등과 함께 밥에 얹어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비비면 훌륭한 비빔밥이 된다.

삶은 고사리에 간을 해 볶은 고사리나물볶음, 고사리와 채를 썬 채소를 당면과 버무린 고사리잡채 등 고사리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이 봄철 입맛을 사로잡는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