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5명의 자질과 정책을 검증하는 TV토론이 지난 13일부터 25일까지 네 차례 진행되면서 안 후보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크게 늘었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 등 안보 분야를 비롯해 국정 전반에서 정책과 비전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탓이다. 경쟁 후보와 정책 대결을 하기보다는 네거티브나 감정싸움에 치중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내가 갑철수냐”, “MB 아바타냐”는 엉뚱한 질문과 “실망입니다”, “아닙니다”라는 면박성 답변은 패러디와 풍자의 소재로 전락했다. 반면 TV토론에서 호평을 받은 심상정 정의당,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지지율은 올라갔다.
안 후보는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보여주지 못했다. 진보와 보수 양쪽의 표를 욕심내다 양쪽에서 모두 잃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사드 입장에서 드러난 ‘양다리 걸치기’식 전략이 대표적이다.
안 후보에게 실망한 보수층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옮겨간 것은 주목된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13%를 확보한 홍 후보는 안 후보를 추격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보수층에서 홍 후보(38.5%)는 안(25.1%), 문(18.0%) 후보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보·혁 대결 본격화에 따른 지지층 결집 효과가 TV토론 영향과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보수 표심의 향배가 향후 판세의 막판 변수로 떠오른 셈이다. 그런 만큼 오늘과 다음달 2일의 남은 TV토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안 후보의 부진은 1강 문 후보에게도 거울이 돼야 한다. 25일 TV토론에서 보여준 고압적 태도는 유권자들의 표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민심은 권력의 오만을 용납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