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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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바늘구멍보다 좁은 취업시장, 대선 이후 좀 넓어질까?

바늘구멍 보다 더 좁아 보이는 취업시장은 좀처럼 넓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새로운 인력을 뽑는데 인색하고, 채용을 해도 경력직을 우선적으로 뽑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전반적으로 일자리가 감소하면서, 한정된 자리를 둘러싼 구직자들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웬만한 스펙으로는 어디에 명함을 내밀기조차 쉽지 않아 보입니다.
자연스럽게 높은 취업 문턱 앞에서 좌절감을 느끼는 구직자가 그만큼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취업시장에 한계를 느끼면서 해외 취업에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그런 배경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구직자들에게 국내 취업시장은 더 없이 혹독하게만 느껴질 뿐입니다.
문턱 높아진 국내 취업시장을 바라보는 직장인·취업준비생들의 생각과 해외취업에 대한 다양한 의견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어렵게 서류전형에 합격해 면접을 봤지만, 오늘도 탈락의 고배를 마신 한 구직자가 밤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취업 문턱이 점점 높아지고, 스펙 경쟁은 치열해지면서 상당수 구직자들이 구직 실패의 쓴맛을 보고 있다.

이들 대부분(93.9%)이 요즘 취업이 전에 비해 어려워졌다는데 공감하고 있었다.

취업 문턱이 높아진 이유는 일자리 부족, 경력자 위주의 채용 때문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절반 이상은 해외 취업에 관심이 있었으며, 이는 좋은 근로조건과 어려운 국내 취업 환경 때문이라고 답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직장인과 취업준비생 각 500명씩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취업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회전반적으로 극심한 취업난에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구직자들의 심적 고통이 매우 큰 것으로 조사되었다.

먼저 전체 절반 가량(48.6%)이 최근 1~2년 내 구직활동을 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중 82.3%가 취업의 어려움을 몸소 체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73.5%가 주변에 취업 실패 등 구직활동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있다는데 공감할 만큼, 이제 취업 이슈는 많은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우리사회의 심각한 사회 문제였다. 특히 여성과 20대가 주변 사람들이 구직활동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많이 체감하는 모습이었다.

전반적으로 취업에 대한 어려움을 여성과 젊은 층이 더욱 많이 느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로도 해석해볼 수 있다. 반면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회사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단 13.8%로, 대부분 취업 문제에 있어서 자신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체 93.9% "요즘 취업 과거에 비해 어려워졌다는데 공감한다"

현재 한국사회의 ‘취업 문턱’은 전보다 훨씬 높아진 것으로 평가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93.9%)이 과거에 비해 취업이 어려워졌다는 데 공감하는 것으로, 특히 매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전체 10명 중 7명(70%)에 달했다.

예전보다 취업이 매우 어려워졌다는 평가는 20대(72.9%)에서 가장 두드러졌으며, 현재 직장인(67.4%) 보다는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대학생 및 취업준비생(72.6%)이 보다 많이 공감했다.

또한 2013년 조사에 비해 취업이 예전보다 매우 어렵다는 평가가 크게 증가한(13년 47.5%→17년 70%) 것으로 나타나,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취업의 어려움이 몇 년 사이 더욱 가중되었다는 해석을 가능케 했다. 반면 요즘 취업은 과거에 비해 훨씬 수월해졌다거나(0.1%), 수월해진 편이라는(1.8%)는 평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전보다 취업이 더 어려워졌다고 바라보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지원자들의 이력 및 경력이 너무 좋다(54.8%·중복응답)는 것으로, 그만큼 한국사회의 스펙 경쟁이 훨씬 심화되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스펙 경쟁에 대한 부담감은 20대(58.8%)가 가장 많이 느끼는 듯했다.

또한 요즘 직원을 채용하는 회사가 많지 않은데다(49.3%), 채용을 하더라도 경력자 위주의 채용이 많다(43.6%)는 지적도 상당했다.

기본적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신규 채용 보다는 경력직 채용이 많아지다 보니 취업의 어려움이 한층 가중되었다고 바라보는 것으로 보여진다. 경력자 위주의 채용에 대한 문제 의식은 2013년보다도 훨씬 커졌는데(13년 28.9%→17년 43.6%), 특히 신규 채용의 수요가 강한 20대(54.9%)와 대학생 및 취업준비생(53.6%)이 경력자 위주의 채용에 대한 문제 의식을 훨씬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밖에 대기업으로만 취업하려는 사람이 많고(41.1%), 구직자들의 기업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졌으며(33.7%), 기업의 채용과정이 까다로워졌다(29.5%)는 점을 취업이 더욱 어려워진 이유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대학생·취준생 "전에 열심히 할 걸 하는 후회·자괴감 많이 든다"

취업난은 개인의 심리상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개인의 심리를 평가해본 결과, 보통 경력직을 많이 찾는 직장인보다는 처음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려는 대학생 및 취업준비생이 불안감과 자괴감을 더 많이 가지고 있었으며, 특히 최근 구직활동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들의 심리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이다.

전체 10명 중 7명이 ‘지난날 좀 더 열심히 할 걸’ 하는 후회를 하고(69.8%), ‘지금 내가 뭐하고 있나’라는 자괴감이 들 때(69.7%)가 요즘 종종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직장인에 비해 대학생 및 취업준비생이 후회와 자괴감에 많이 빠져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취업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들의 후회(73.8%)와 자괴감(77.8%)이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에 비해 사회전반적으로 자신감은 결여된 상태였다. 전체 37.7%만이 본인의 능력에 자신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스스로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도 37.5%에 머물렀다. 마찬가지로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은 상대적으로 자신감이 부족하고, 스스로가 잘하고 있다는 확신도 적은 모습이었다.

이런 불확실한 마음은 인정 욕구로도 이어지고 있었다. 10명 중 6명(58%)이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운 마음이 있다고 응답한 것이다. 역시 대학생·취업준비생(64.8%)이 직장인(51.2%)보다 인정받지 못할 것에 대한 불안감이 컸으며, 무엇보다도 구직에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들에게서 이런 모습(65.5%)을 많이 엿볼 수 있었다. 어려운 취업 현실이 개인 심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나도 취업 실패할 지 모른다" 두려움 많이 느껴

주변 사람들의 취업 실패·성공 소식도 개인의 정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었다. 먼저 지인의 ‘취업실패’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상대방이 안쓰럽고(58.1%·중복응답), 걱정이 된다(51.7%)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도 실패할까 봐 두려운 마음이 들고(42.2%),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34.8%)는 의견도 많아, 타인에 대한 걱정만큼이나 자신 역시도 실패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많이 하게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불안해지고(32.5%), 우울해지며(27.3%), 조바심이 난다(23.7%)는 의견이 많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다만 현재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대학생 및 취업준비생의 경우에는 상대방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48.8%)과 걱정스러운 마음(48%)은 상대적으로 적게 느끼는 반면, 나도 실패할지 모른다는 두려움(55.4%) 속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40.8%)을 많이 하는 경향이 강했다.

잇따른 구직실패로 인해 사회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늘고 있다.
주변 지인의 취업 성공 소식에도 감정적인 동요가 심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53.4%·중복응답)을 가장 많이 하는 가운데, 나는 실패할지 모른다는 두려움(28.7%)과 함께 조바심(24.6%)을 많이 느끼는 편이었다. 역시 대학생·취업준비생의 두려움(37.4%)과 조바심(29.2%), 불안감(23%)이 좀 더 두드러졌다.

◆취업 준비과정에서 가장 힘든 것은 '스트레스'

실제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도 정신적인 스트레스(40.1%·중복응답)였다. 스펙 만들기(40.1%)와 더불어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고통이었다. 다만 2013년과 비교했을 때 스펙 쌓기에 대한 부담감은 다소 줄어든 반면, 정신적 스트레스를 느끼는 사람들이 증가한 변화가 뚜렷했다는 점에서 최근 들어 취업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구직자들이 많아졌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대체로 연령이 낮을수록 정신적 스트레스와 스펙 쌓기에 대한 부담감을 크게 느끼는 가운데, 여성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남성은 스펙 쌓기를 보다 힘들게 생각하는 것도 특징이었다. 이와 함께 나이, 지역, 출신 학교 등 사회의 고정관념(37.8%)과 준비기간 동안의 경제적 어려움(31%), 복잡한 취업과정(29.3%)을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81.5% "비전만 있다면 중소기업도 괜찮다"

이런 어려운 취업난 속에 눈높이를 낮추려는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전체 10명 중 8명(81.5%)이 비전이 있다면, 작은 규모의 회사도 괜찮다고 바라본 것으로, 무조건 ‘대기업’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이런 시각에도 온도 차이는 존재했다.

대학생·취업준비생(77.6%)보다는 직장인(85.4%), 그리고 30대 이상에서 작은 규모의 회사도 괜찮다는 생각을 좀 더 많이 내비쳤다. 이왕이면 좀 더 좋은 직장에서 첫 발을 내딛고 싶어하는 취업준비생과는 달리 이미 직장을 다니고 있는 직장인들은 좀 더 현실적인 관점에서 취업문턱을 바라본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취업의 어려움을 많이 겪는 여성(84.6%)이 남성(78.4%)보다 작은 회사도 괜찮다는데 많이 동의했다.

학자금 대출까지 받아가며 어렵게 대학을 졸업했지만, 취업이라는 높은 문턱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다만 작은 회사에 가기 위해서는 어디까지나 비전이 중요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는 점에서 섣불리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을 선호한다고는 볼 수 없었다. 실제 여전히 대기업을 선호하는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작은 규모의 회사는 왠지 지인들 앞에서 작아지는 느낌이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데다가, 대기업을 나와야 은퇴 후에도 갈 곳이 많다는 인식이 좀 더 우세한 것이다.

빠른 퇴직이 예상되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낫다는 평가에도 동의 의견(36.5%)과 비동의 의견(36%)은 비슷했다. 여전히 4명 중 1명(26.8%)은 무슨 일을 하든 일단 대기업에 다닌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10명 중 6명 "해외 취업 관심 있다"

한편 취업에 대한 어려움은 해외 취업에 대한 관심과 고려로도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전체 절반 이상(57.6%)이 평소 해외 취업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하는 한국사회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해외 취업에 대한 관심은 현재 취업의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는 20대(60.1%)와 대학생 및 취업준비생(62%)에게서 더욱 높았다. 단순한 관심을 넘어 실제 취업 준비과정에서 해외 취업을 고려해본 경험도 전체 10명 중 4명 이상(42.7%)이 가지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20대(48.1%)와 대학생 및 취업준비생(50.8%)이 좀 더 적극적으로 고려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취업에 대해 관심을 가졌거나, 고려를 해본 사람들은 해외의 복지 및 근로 조건에 대해 호감이 생겼거나(55.3%·중복응답), 국내 취업 시장이 너무 어렵다(48.3%)는 점을 중요한 이유로 꼽았다.

기본적으로 국내 취업 문턱이 너무 높은 상황에서 복지 및 근로조건이 좋은 외국의 기업환경에 대한 동경이 섞여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역시 20대와 대학생 및 취업준비생이 해외 복지 및 근로조건에 대한 호감도가 높고, 어려운 국내 취업 시장의 현실에 공감하는 태도가 보다 뚜렷했다. 또한 그냥 한국이 싫거나, 벗어나고 싶다(39.3%)는 이유와 함께 해외경험을 쌓으면 추후 국내에서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것 같다(37.2%)는 현실적인 판단도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