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한령과 경제보복은 한국 외교 대전략의 부재, 이로 인한 대중국 외교결례와 관련 있다. 우리 정부가 사드의 필요성을 일관성 있게 주장하고 대중국 설득외교에 심혈을 기울였더라면 중국이 이처럼 반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중 사이에서 눈치보느라 사드 도입에 대한 입장을 사전에 설득하기는커녕 도입 결정을 부인하는 데 급급했다. 한·중 양국 간 최고위급 회동의 기회가 있었는데도 최종결정을 통보하지도, 양해를 구하지도 않은 외교결례를 범했다. 사드는 단지 북핵 대비용이고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제 참여와는 무관함을 역설했어야 했거늘 외교·안보 밑그림을 제시하는 전략가가 눈에 띄지 않다 보니 설득외교의 기회를 놓쳤다. 아무리 뛰어난 외교관이 있다고 해도 외교 일선에선 대전략 부재로 인한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김우상 연세대 교수·전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
한국 외교가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된다. 한국은 이미 세계 7대 ‘20·50 클럽’(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로 진입했고, G20(주요 20개국) 회원국이다. 강대국이 러브콜을 보낼 정도로 영향력 있는 중견국이 된 만큼 이에 걸맞은 스마트 외교의 추진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스마트 외교의 핵심은 대전략에 바탕을 둔 예측 가능한 외교다.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식의 대미·대중외교로는 부족하다. 국가안보 대전략은 한·미동맹에 입각한 국가안보 우선주의, 경제외교 대전략은 자유무역에 입각한 경제적 국익추구 우선주의여야 한다.
북한의 군사위협 대비책의 일환인 사드 도입이 우리 안보뿐만 아니라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중국 눈치를 보며 망설일 이유가 없다. 중국이 북핵 위협을 제거하는 데 미국처럼 적극적이지 않는 한 중국만 쳐다보고 있을 수는 없다. 자유무역에 근거한 중국과의 교역 및 투자행위에 미국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기존 국제경제질서를 유지하는 데 일조하는 행위다.
심각한 한반도 안보위기 상황에서 사드로 인해 더 이상 국론이 분열돼서는 안 된다. 5월 9일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든 예측 가능한 외교로 중국에 사드의 필요성을 설득해야 한다. 한·미 간 사드 비용 문제로 오해가 더 이상 생기지 않고, 북핵 해결방안에도 우리 목소리가 반드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초당적 비전으로 스마트 외교를 추진할 수 있는 외교·안보 전략가를 제대로 등용하기를 기대한다.
김우상 연세대 교수·전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