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그제 충남 공주 유세에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에 대해 “새 정부가 결정하고 국비 비준 동의를 거쳐야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돈 요구를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간 이면 합의설을 꺼내며 “사드 배치의 결정 과정도 새 정부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문 후보는 20일 전쯤 안보관 논란을 빚자 “북한이 핵 도발을 계속하고 중국이 북핵을 억제하지 못한다면 사드 배치가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때 사드 배치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처럼 보였으나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10억달러 한국 부담 요구’ 발언,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사드 비용 재협상’ 발언은 우리에게 고민거리를 안겨줬다. 알려진 대로 미국 국내용 발언일 수도 있고, 내년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을 앞둔 전략적 발언일 가능성도 있다. 방위비 협상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가벼이 여길 수 없다.
우방국을 얕잡아 보는 듯한 트럼프 정부의 언행은 백번 비난받아 마땅하다. 문제는 우리의 대응이다. 미국의 태도에 감정을 앞세울 계제가 아니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사드 비용 청구서를 꺼내든 미국의 저의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향후 방위비 분담 협상 등에서 밀리지 않을 우리의 대응전략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제기한 ‘비용 문제’를 ‘비용 문제’로 대응하지 않고 ‘사드 배치 반대’를 주장하면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다. 사드 배치는 한·미동맹의 상징이나 마찬가지다. 주한미군 보호는 물론 우리 국가 안보에도 필요한 조치다. 사드 배치를 백지화하려다 한·미동맹에 균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자칫 사드 비용 이상의 혹독한 시련을 겪을 수 있다. 경북 성주골프장 입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드 반대 시위가 반미시위로 확산되면 극심한 국론분열로 치달을 위험도 없지 않다.
차기 정부의 앞길에는 북핵 리스크과 함께 ‘트럼프 리스크’라는 두 개의 리스크가 놓여 있다. 그 둘은 차기 대통령이 풀어야 할 국가적 난제다. 대선지지율에서 1위를 질주하는 문 후보는 이런 리스크를 극복하려고 하기보다는 자초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국가 안보에 관한 한 언행은 신중할수록 좋다.
[사설] 사드 재결정 외친 文, ‘트럼프 리스크’ 감당할 자신 있나
기사입력 2017-05-02 03:27:56
기사수정 2017-05-02 03:27:55
기사수정 2017-05-02 03:2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