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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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분석-4차산업혁명⑥] 부처간 업무조정·투자 육성책 미흡

대선후보들, 나란히 컨트롤타워 구축·규제완화 공약
"구체적 추진방안과 교육·투자육성 내용 부족" 지적
 
19대 대선에서 4차 산업혁명이 핵심 화두 중 하나로 부각되면서 주요 후보들은 너나할 것 없이 자신이 해당 분야의 적임자라고 자부한다.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하기 위한 새로운 정부 부처를 만들고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려섞인 눈길을 보낸다. 정책을 밀고나가기 위한 부처간 업무조정 대책이 빠져있어서다.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제도 개편 방안을 두고서도 사회적 혼란과 비용 부담이 적지 않을 거란 의견이 나온다. 적극적인 투자를 이끌어낼 모험자본 육성방안도 구체적 방안을 찾기 어렵다.

◇ 후보들 "4차 산업혁명 적극 추진할 것"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미래먹거리를 확보하자는 큰 틀에선 후보들간 입장이 대체로 비슷하다. 그럼에도 후보별 추진 전략을 들여다보면 차이점도 적지 않다.

우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정부주도형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한다. 대통령 직속기구로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두고,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지원하는 형식이다. 혁신적 4차산업 경제생태계를 구축해 이를 좋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재원은 재정지출 개혁과 세입 확대를 통해 조달하기로 했다. '중소벤처기업부' 확대·신설을 통한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와 상생발전을 지원 △스타트업 기업에 엔젤투자(개인투자) 활성화 및 R&D 비중 확대 △재기 지원 삼세번 펀드 등 정부 창업지원 펀드 △ 모태펀드, 기술금융투자, 엔젤 투자 확대 등이 주요 추진 과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중소기업부' 신설, '정보과학기술부(미래창조과학부 명칭변경)' 및 창업·투자펀드 조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재원조달방안으로는 5년간 20조원 창업·투자펀드를 조성하는 방식을 언급했다.

각종 규제는 핀테크와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게 네거티브 방식으로 대폭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새만금을 최소한의 규제 이외 모든 규제를 철폐한 4차 산업혁명 특별행정구역으로 개발해 산업혁명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창업중소기업부'를 새로 만들어 창업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안 후보는 학제개편을 통한 '교육혁명'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교육부를 폐지해 교사, 학부모, 여야 정치권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고, 초·중·고등학교 학제를 각각 5년, 2년, 2년씩으로 바꾼다는 게 핵심이다. 이를 통해 임기 내 4차 산업혁명분야에서 10만명의 전문인재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신설을 약속한 '창업중소기업부'는 창업 지원체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역시 네거티브 규제 도입 등 과감한 규제개혁을 외친다. 토론, 실험, 체험 등 다양한 수업방식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갈 인재 양성의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인공지능(AI)·4차산업혁명 대응 대통령직속 위원회를 신설하고 AI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미래부·교육부·대학·기업 간 협업체계 구축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대통령 직속 '지능정보사회자문위원회' 구성, 규제프리존 추진 중단 및 재벌 특혜 중심의 정보통신기술(ICT) 진흥정책 개선, 녹색경제·환경생태산업과 4차산업혁명 결합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25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 주최로 열린 2017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 초청 토론회. 사진=국회사진기자단
◇"부처간 업무조정 논의 無…규제완화·인재육성 방안 내놔야"

주요 후보들의 4차 산업혁명 관련 공약을 두고선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전문가들은 규제완화를 통한 적극적 투자 유도 전략을 비롯해 인재육성 방안, 정부 부처간 업무조정 방식 등 세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4차 산업혁명은 △규제자율화 △창의적 인재 육성 △모험금융자본 육성이 핵심 키워드인데, 유력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이 같은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오 회장은 "4차 산업혁명 분야을 키우려면 투자를 이끌어내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안정성을 중시하는 은행을 통한 금융 지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엔젤투자자, 엔젤캐피탈 등을 육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컨트롤타워 구축 공약을 두고선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 수석이코노미스트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만들겠다는 언급은 많지만, 부처간 업무조정을 어떤 식으로 추진할지 세밀한 공약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실제 두자릿수 지지율을 보이는 후보들(문재인:4차산업혁명위원회, 안철수:창업중소기업부, 홍준표:정보과학기술부)의 부처 조정 계획에도 세부적인 업무조정 계획은 찾기 어렵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IT와 서비스업, IT와 제조업 등 이종산업간 융합 과정에서 지나친 규제로 인해 신사업 추진에 뒤따르는 걸림돌이 많다"며 "각 후보가 네거티브시스템을 언급하는 건 옳지만 실효성 있게 추진되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주요 후보들이 내세운 4차 산업혁명 공약이 내실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 부처간 업무조정 방식, 창의력을 극대화할 규제 완화, 인재육성 방안 등 세밀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빠져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재현 한국고용정보원 연구기획팀장은 "향후 4차 산업혁명에 적합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선 컴퓨터 기술발전 및 전산화 작업에 의해 대체될 수리능력보다도 교감 및 설득 능력을 기르는 교육방식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과거 예적금 등을 받던 은행 텔러의 역할이 ATM기 등장 이후에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상품 판매, 재무 컨설팅 등으로 업무분야가 확장된 것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정 팀장은 "기술혁신이 이뤄지면서 일부 일자리는 사라졌지만, 새로운 서비스 및 상품 개발이 이뤄지며 다시 일자리가 창출됐다는 점에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고용 불안감을 지나치게 키울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4차 산업혁명 추진 주체를 두고 '관(官)이냐, 민(民)이냐'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에 빠져선 안 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은 민간영역과 정부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추진체계를 구성·운영하는 식으로 한국 경제시스템의 유연성을 키워나가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미래 기술 및 산업구조가 '초연결성'과 '초지능성'을 중심으로 개편이 된다는 점을 우선 인식해야 한다"며 "정보통신기술(ICT)과 제조업의 융합, ICT와 서비스 산업의 융합, 정보의 개방성 등을 고려한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주형연 기자 jhy@segye.com

<세계파이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