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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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다시 뭉치는 보수… ‘홍풍(洪風)’ 더 세질까

바른정당 13명 집단탈당 파장
바른정당 소속 비유승민계 의원 13명이 2일 집단 탈당을 선언하고 자유한국당으로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5·9 대선이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보수재결집을 위한 이합집산이 현실화하며 막판 판세에 중대 변수로 부상할 조짐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의 독주체제를 깨기 위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치열한 2위 다툼을 벌이는 상황에서 홍 후보로 보수 표심이 쏠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쪼개진 바른정당 홍문표 의원(가운데) 등 김무성 의원과 가까운 바른정당 의원 13명이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탈당과 함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일표, 김학용, 박성중, 여상규, 박순자, 이군현, 홍문표, 김재경, 김성태, 황영철, 이진복, 권성동, 장제원 의원.
이제원 기자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단일화를 통한 정권창출을 위해 바른정당을 떠나 홍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했다”며 “친북 좌파, 패권 세력의 집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보수대통합을 탈당 명분으로 제시했다. 선도 탈당한 이은재 의원을 포함해 이날까지 14명이 탈당하면서 바른정당의 의석 수는 19석으로 줄어들었다. 이로써 바른정당은 창당 99일 만에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했다.

우군을 얻은 홍 후보는 이날 서울 유세일정 도중 기자들과 만나 “저로서는 대통합이 돼서 대선에 임하는 게 좋다”며 “서로 앙금이 있어서 내부에서 좀 언짢아하는 분들이 있는데 보수대통합이라는 차원에서 다시 들어오는 게 좋다”고 환영 의사를 밝혔다.

바른정당의 집당 탈당 여파는 보수층 결집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2중으로 평가됐던 홍 후보와 안 후보 간 경쟁에서 홍 후보가 우위를 차지할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며 “남은 선거기간 동안 보수 진영의 결집이 굉장히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홍 후보가 투표 당일까지 얼마나 지지율을 끌어올릴지도 관건이다. 보수층 결집 규모가 대선 판세는 물론 대선 이후 범보수 진영 정계개편 규모까지 좌우할 수 있어서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나오고 있다. 같은 시각 바른정당 비유승민계 의원들은 의원회관 7간담회실에서 탈당 등 향후 거취에 대한 논의를 했다. 이제원기자
공직선거법상 3일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는 공표가 금지되는 ‘깜깜이 선거’ 국면에 접어드는 만큼 바른정당의 집단 탈당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판세에 영향을 미칠지는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유권자의 소신투표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는 데다 오히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동정표나 진보 진영의 역결집을 부추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사실상 이번 탈당 사태가 판세를 뒤집을 정도의 파괴력을 갖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