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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잇슈] "사전투표하고 선거날은 출근해라"…근로자는 웁니다

두 자녀를 둔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된 황금연휴 기간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하는 대신 어린이날 휴무를 보장받았다. 대통령 선거 투표일인 오는 9일에도 근무를 해야 하는 바람에 5일 아침 일찍 사전 투표할 계획이다.

A씨는 "5일에는 쉬더라도 아침에 투표를 하고 나갈 채비를 하면 오후가 돼서야 아이들과 잠깐 시간을 가질 듯하다"고 푸념했다.

A씨도 임시 공유일인 투표일에는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직장 상사가 "남들 쉴 때 다 쉬면 일은 언제 하느냐"고 으름장을 놓는 바람에 체념하고 말았다.

지난 1일 근로자의 날에 쉬지 못하는 직장인들의 한탄이 소셜미디어(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점령한 데 이어 이번에는 대선 당일인 9일에도 쉬지 않고 일해야 하는 월급쟁이들의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3층 '맞이방'에서 19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소를 설치하고 있다. 서울시선관위는 4~ 5일 사전투표소를 운영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회사가 유급 휴일을 인정해 수당 지급을 약속받고 출근하는 직장인들은 그나마 나은 축에 속한다.

법률이 정한 유급 휴일은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 주어지는 휴일을 이른다. 보통 일요일과 근로자의 날 등이 이에 해당하는데, 기업들은 이날 외 임시 공휴일을 비롯한 '빨간 날'을 반드시 유급 휴일로 처리할 의무는 없다.

실제로 선거일을 유급 휴일로 정한 회사는 대기업 등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근 때문에 선거에 참여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불거지는 것도 이런 현실과 무관치 않다.

헌법에는 근로자의 선거권을 위해 투표할 시간을 보장하도록 정하고 있으나, 영세한 중소기업의 근로자들 상당수는 '그림의 떡'에 불과한 조항이라고 호소한다. 아르바이트생도 마찬가지 신세이다. 

실제로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선거일 출근에 울분을 터뜨리는 이들의 목소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느 직장인과 비교해 차별받는 데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이도 있고, 직장 사정으로 선거에 참여해야 하나 고민하는 누리꾼도 적지 않았다. 정부에서 공휴일로 지정해 직장인 모두 쉬게 해야 한다는 다소 과격한(?) 의견까지 나왔다.

4일과 어린이날 사전투표를 하고 선거 당일 정상 출근을 요구받았다고 울상을 짓는 이까지 다양한 의견이 빗발쳤다.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대선일 근무 관련 불만의 목소리들.
한 온라인 카페에 대선일에도 근무해야 하는 직장인들의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대통령 선거일에 근무하는 인생... 이번 주에 가야겠네"라는 글은 대선투표 당일 일을 해야 해서 사전투표를 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근로자의 날인 지난 1일 공무원 조직 중 처음으로 특별휴가를 실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당시 관가에서는 공무원 사회의 근로자의 날 휴무를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가 일었다. 노동계에서는 근로자의 날을 법정 공휴일로 지정하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 제조업체 25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근로자의 날에는 34.1%, 3일 부처님 오신 날에는 23.7%, 5일 어린이날에는 11.1%가 각각 정상 근무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9일 대통령 선거일에는 무려 50.4%가 쉬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원이 10여명에 불과한 소기업 중에서는 이달 공휴일에 하루도 못 쉬는 곳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소셜미디어(SNS)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