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옥신은 맹독성 환경호르몬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특별히 관리하도록 돼 있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단어인 환경호르몬은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단어이다. 호르몬은 생체 내에서 합성돼 생체 내분비계의 세포 간 신호전달을 담당하는 물질로 성장과 에너지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인슐린이다. 환경호르몬은 일본 언론에서 만든 단어로 생활환경 속에서 만들어져 소량으로도 내분비계에 문제를 일으키는 화합물을 지칭하며, 내분비계 교란물질로도 불린다. 이 환경호르몬은 과학기술 발전 때문에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화합물로 생체 내에 들어오면 호르몬 작용에 영향을 주게 되는 해로운 물질이다.
전승준 고려대 교수·물리화학 |
내분비계는 생물의 성장과 성적 특징을 나타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그런데 플라스틱을 만들 때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프탈레이트 계열의 화합물은 생식계와 뇌신경계에 문제를 일으킨다. 프탈레이트 계열의 화합물은 어린이 장난감을 만드는 플라스틱 재료에 사용되기도 하는데 발육과 두뇌 발달에 문제를 일으키거나 성조숙증을 나타나게 할 수 있다. 플라스틱에 뜨거운 음식물을 담는다거나 비닐 랩을 전자레인지에 사용하면 환경호르몬이 녹아나올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환경호르몬이 아기 장난감의 플라스틱에 포함돼 있으면 아기가 그 장난감을 입으로 빨 때 소량 녹아나와 아기 몸에 축적돼 성장과정에서 지능을 떨어뜨린다는 임상결과가 최근 국내에서 발표된 바도 있다.
한마디로 높은 농도로 생명체에 단시간 내 해를 입히는 독극물과 달리 환경호르몬은 상당히 낮은 농도로 장시간에 걸쳐 해로운 효과가 나타나는 물질이다. 이로 인해 아직 환경호르몬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가능성 있는 물질이 상당수 있을 수 있다. 2012년 WHO와 유엔환경프로그램(UNEP)이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적으로 사용되는 800여종의 화합물이 내분비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즉 환경호르몬일 가능성이 있으나 위험성에 대해 충분한 시험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환경호르몬은 일반 사람에게도 해롭지만 성장과정에 있는 어린이에게 장기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치기에 더욱 큰 문제이다. 성호르몬에 영향을 미치면 동물의 암수가 바뀌는 현상을 보이기도 하고, 어린 여학생이 성조숙증을 보이는 것도 그 원인이 환경호르몬일 가능성이 크다.
환경호르몬은 생식기능 저하와 면역계 장애를 일으키고 유전적 돌연변이와 암을 유발하는 등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보건복지와 환경을 담당하는 기관에서는 세계기구와 긴밀한 협조를 해 문제 발견 시 빠른 대처를 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전승준 고려대 교수·물리화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