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를 사들일 때 차원 다른 솜씨를 보여주었다. 그가 2500만달러를 제시하자 소유주는 더 요구했다. 트럼프는 주변 해변을 200만달러에 사들였다. 이 리조트가 34만6000달러에 팔았던 것인데 웃돈을 주었다. 그런 뒤 바다 조망을 가릴 끔찍한 건물을 짓겠다고 했다. 최종 협상가격은 800만달러! 트럼프는 “내가 해변을 가졌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팔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리조트 상공을 지나는 항공기 소음도 시비했다. 지자체 팜비치카운티에 7500만달러(약 855억원)짜리 소송을 제기했다. 100만달러가 넘는 소송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던 카운티는 공항 인근 황무지 26만여평을 저가로 30년간 임대해주고 소송취하를 받아갔다. 플로리다 최고의 골프장이 만들어지고 회원권이 분양됐다.
한용걸 논설위원 |
“나는 격에 맞지 않는 짓도 하고,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고, 파안대소하게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2005년 에미상 시상식 때 가슴받이가 달린 청바지를 입고 밀짚모자를 쓴 채 쇠스랑을 들고 노래를 불러 관객들이 배꼽을 잡았다. 나락에 떨어져 봤기 때문에 이런 것을 망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1990년대 초 90억달러 빚에 몰려 새벽 3시에 택시를 못 잡아 폭우를 맞으며 은행에 걸어들어가 국제금융전문 은행가들과 전화회의를 했다. “단두대에 끌려가는 기분이었다. 처절하게 버티며 포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협상 노하우를 체득했단다. ‘긴 준비시간→최종 책임자 접촉→결단 과시하기→획기적 발전 약속→상대방 자긍심 올려주기.’ 그는 챙겨야 할 최소의 이득과 지불할 최고의 가격을 설정한다. 이 틀에서 타협이 안 되면 문을 박차고 나간다!
그는 템포 조절을 통해 게임을 주도한다. 대통령 당선 직후 대만 차이잉원 총통과 전화해 ‘하나의 중국 정책’을 뒤흔들어 중국을 놀라게 했다. 선거 때는 중국에 환율조작국 지정과 관세 45%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런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불러들여 북한을 움직이는 지렛대로 활용했다. 북한 김정은을 두고는 “햄버거 먹으면서 대화하겠다”고 했다가 ‘미치광이’ ‘나쁜 놈’이라며 홱 돌아섰다. 그러다가 ‘4월 위기설’을 넘기자 ‘꽤 영리한 녀석’ ‘만나면 영광’이라고 부추기고 있다.
우리 문제도 ‘협상의 달인’ 손바닥에 올려져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사드 비용, 한·미동맹이 뒤엉켜서 돌아간다. 미 의회는 오래전부터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하라고 요구해왔다. 트럼프는 하원 의원들을 달래면서 그가 원하는 것에 접근하고 있다. 다음주부터 새 정치엘리트집단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잘못하다간 뭣주고 뺨까지 맞는다.
한용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