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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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색] 강아지·고양이가 유권자라면 누굴 찍을까

대선후보 동물정책 경쟁도 치열

‘반려동물 보유 가구 1000만명 시대’를 맞아 이번 대통령선거에 나선 주요 5당 후보들은 관련 공약을 앞다퉈 내놨다. 동물권을 법에 명시하겠다는 공약부터 개 식용을 금지하겠다는 주장까지 이전 대선보다 보다 다양해졌고, 적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치권에서 동물 복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유권자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농림식품축산부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보유한 가구는 2015년 기준 전체의 21.8%에 이를 정도다.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 의식도 높아지고 관련 단체들도 생겨나면서 관련 정책이 경제나 교육 등에 걸친 주요 공약에 못지않게 중요한 이슈가 됐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동물권 명시 관련  

현재 우리나라 민법은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해 죽여도 살생이 아닌 재물손괴죄를 적용해왔다. 최고 3년 이하 징역, 7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 처벌 수준이 낮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대선 후보들이 동물의 법적 지위를 인정할 것인지 여부는 애호가들 사이에서 상당한 관심을 받았다.

가장 적극적인 정책을 펴는 이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다. 심 후보는 헌법에 동물의 공식적인 권리를 담은 동물권을 명시하고,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지 못하도록 관련 조항을 신설하겠다는 방침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헌법 개정 시 동물권에 대한 생명가치를 인정하고 ‘동물복지권’을 명시하겠다고 공약했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동물원에 대한 신고제를 강화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헌법에 동물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것은 합의가 필요하다”며 한발 발을 뺐다. 대신 민법에 동물이 생명이라는 점은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는 동의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헌법에서 동물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데 대해 확답을 내리지 않았다.


◆동물실험, 대안 마련 등 축소

각종 연구와 신약 개발 과정에서 동물이 희생당하는 현실과 관련해서는 후보들 대부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으며, 장기적으로 실험을 줄여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문 후보는 대체 실험을 할 수 있다면 동물실험을 금지하는 조치가 필요하며,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제도 개선도 추진할 방침이다. 법률에는 동물실험을 하는 기관에는 동물실험윤리위가 설치돼야 하며, 실험 안건마다 타당성을 심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초·중·고교에는 위원회가 없어 해부를 비롯한 생물 대상 실습들이 무분별하게 이뤄졌다는 게 동물단체들의 주장이다.
 
심 후보는 19세 미만 학생의 동물실험을 금지하고, 동물 대체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안 후보는 동물 실험으로 생산한 제품의 유통과 판매를 제한하고, 대학의 관련학과에서 동물복지와 관련된 교육을 강화겠다는 내용을 공약에 담았다.

홍 후보는 점진적으로 동물실험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고, 유 후보는 동물 대체실험의 도입을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겠다고 했다. 


◆유기동물 줄이기 위해 다양한 공약 발표

유기동물에 대한 배려도 주요 후보들의 관심사였다. 

문 후보와 홍 후보는 각각 2022년까지 유기동물을 5만마리 이하로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이를 위해 문 후보는 유기동물 재입양을 활성화시키고, 입양하는 이들은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홍 후보는 유기동물 예방을 위해 내장형 인식표 부착을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2015년 기준 전국 동물보호센터에 등록된 유기동물은 8만2082마리에 달한다.

안 후보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유기동물 보호소를 확충하고, 사설 보호소의 환경을 향상하겠다고 공약했다.
 
유 후보는 유기동물 분양과 기증 기회를 늘리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심 후보 역시 지자체에 보호시설을 적극 건립하고, 홍 후보와 마찬가지로 내장형 인식장치를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식용 개 단계적으로 줄여나갈 필요 있어'

개 식용 문화에 대해서는 해묵은 논란인 만큼 찬반이 팽팽하게 갈리는 가운데 후보 모두 식용으로 길러지는 개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가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지난달 30일 동물시민단체 ‘카라’와 간담회를 갖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단계적으로 개 식용을 금지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도 밝혔다.
 
문 후보와 유 후보 역시 단계적으로 개 식용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겠다고 강조했다.
 
해마다 도살되는 개가 200만마리에 달하고, 세계적으로 개 식용 문화(반려동물인 개를 먹는 문화)를 불법화하지 않은 국가는 우리나라와 중국, 베트남 등 3개국뿐인 게 현실이다. 이에 개를 산 채로 진열하고 도살하는 등의 잔인한 행위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겠다는 게 이들 후보의 약속이다. 

유 후보 측은 "개 농장의 불법 운영을 근절해 식용 문화를 단계적으로 전환하고 금지하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홍 후보는 개 식용 농장에 대한 위생 기준의 강화, 심 후보는 밀집 형태인 개 농장의 관리와 축소 방향을 각각 제시했다.

다만 심 후보와 홍 후보는 개 식용 문제를 장기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금지를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려동물 키우는 이들 입장은?

이처럼 동물 정책을 둘러싼 이슈가 여느 대선보다 공론화된 데 대해 반려동물을 기르는 이들은 적극 반기고 있다.

5년째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는 김지영(29)씨는 “각종 TV 고발 프로그램에 동물 학대 관련 제보나 이야기가 나오면 너무 화가 났었다”며 “고양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특히 고양이와 관련한 폭력적인 영상 등을 볼 때면 마치 내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 자취하는 친구들을 보면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이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반려동물은 애완동물을 넘어 가족 같은 존재”라고 덧붙였다. 

동물이 사람의 소유물이 아닌 함께 감정을 교류하는 생명으로 봐야하는 만큼 이에 걸맞은 정책을 낸 후보에게 표를 주겠다는 게 김씨의 전언이다. 

7살부터 강아지를 키우며 반려견과 함께 자랐다는 이화형(25)씨 역시 "전세계적으로 동물실험과 동물권 관련 문제는 중요시 여겨지는 추세"라며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동물의 생명이나 권리도 사람만큼 중요하게 여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유기견 문제를 들여다보면 학대를 받거나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는 등 문제가 많다고 들었다"며 "유기견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없애는 등의 철저한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동물보호 시민단체인 카라의 전진경 상임이사는 “몇몇 후보자는 동물 관련 정책을 마련하면서 깊이 있게 고민한 흔적이 보여 반가웠다”며 긍정적인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전 이사는 또 “지금 후보들이 약속한 정책을 계획대로 진행만 돼도 우리나라의 동물권, 동물복지는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단순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내세운 공약들을 구체적인 계획 마련과 함께 꼭 실현해 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지현 기자 becreative0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