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8대 총선 때 처음 투표권이 생긴 발달 장애인 A(28)씨는 당시 투표소에 갔다가 결국 투표를 하지 못했다. 투표용지가 문자와 숫자로만 돼 있어 원하는 후보를 기억해 찍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이 설명된 책자형 선거 공보 내용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A씨처럼 문자를 해독해 정보를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발달 장애인들을 위한 맞춤형 대선 공약집이 제작됐다. 발달 장애인과 느린 학습자를 위한 컨텐츠를 만드는 비영리 단체 피치마켓은 4일 ‘발달 장애인을 위한 쉬운 글 공약 : 19대 대선 공약집’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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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단체 피치마켓이 4일 펴낸 ‘발달 장애인을 위한 쉬운 글 공약 : 19대 대선 공약집’의 모습. 피치마켓 제공 |
이 공약집은 주요 정당 후보 5명의 공약을 쉬운 어휘와 문장으로 번안하고, 삽화 70여개를 곁들여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이를테면 “이제는 기계가 스스로 배우고 판단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기술을 이용한 제품과 서비스가 4차 산업이다. 사람이 없어도 스스로 운전하는 자동차도 4차 산업 중 하나”라고 4차 산업을 설명하고, 왼팔을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로봇을 위해 잠시 멈춘 자동차의 모습을 그리는 식이다. 이 공약집은 피치마켓 홈페이지(www.peachmarket.kr)에서 무료로 다운 받을 수 있다.
피치마켓 관계자는 “지적 장애가 있는 발달 장애인은 전문 용어 등을 이해할 수 있는 문해력과 지식이 없으면 주체적으로 투표하기 힘들다”며 “발달 장애인들이 공약만 보고 투표할 수 있게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공약집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