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한국 증시가 6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새 역사를 쓴 건 놀랄 만한 이변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터진 ‘팡파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업 실적 회복의 덕이 컸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회복,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가 더해졌다. 한반도 위험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는 멈추지 않았다. 기업실적, 글로벌 경기회복, 외국인 매수의 3박자가 어우러진 결과인 셈이다.
이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동결 소식에 장 초반부터 상승 출발한 코스피는 장 마지막까지 상승세를 몰아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8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227만6000원으로 거래를 마쳐 사상 최고가 기록을 다시 세웠다. 외국인들은 이날도 3645억원 이상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경기지표가 호전되고 기업실적이 좋아진 게 원동력”이라며 “그런 호재들이 지정학적 위험을 상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있는 상황도 일조했다는 평이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있는 데다 북핵 문제와 관련한 긴장이 완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은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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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하는 증시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인 2241.24를 기록한 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직원들이 색종이를 뿌리며 환호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이로써 한국 증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굴레에서 벗어나 다시 한번 대세 상승하는 것 아니냐는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투자자산의 대이동이 시작됐다고 내다봤다. 특히 올해 안에 지수가 2300선을 충분히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개선과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 외국인의 매수세 유입 등이 맞물려 지수 상승을 상당기간 이끌어 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대선 이후 정책 기대감이 커지면서 코스피 2300선 도달 시기는 2분기나 3분기로 예상보다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이익이 워낙 좋고 미국 경기도 회복세가 확대되고 있다”며 “코스피는 연내 2350선까지는 무난히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채권의 시대가 끝나가고 금리는 오른다”며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투자자산의 대이동)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전 종목이 오르거나 2500∼2600까지 뛸 것을 기대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다. 대형주 중심의 특정 종목으로 상승세가 집중될 수 있어 투자 시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른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2011년에는 코스피가 1000에서 2220선까지 두 배로 오르는 강세장으로 전 종목이 다 오르는 상황이었다”며 “지금은 1900선에서 300정도 올라간 수준으로 2.5% 저성장 시장에서 2000개 종목이 골고루 오르긴 어렵다”고 말했다. 오 센터장은 “대형주 위주로 투자하지 않고 지수가 오른다고 묻지마 투자나 추격매수에 나서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스피의 신고가 기록 경신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마음은 편치 못하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큰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1.39% 오른 635.11로 마감했지만 52주 최고치인 710.42에도 한참 못 미쳤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산 코스피 10종목(포스코, 한국전력, 현대차 등)은 지수의 강한 상승세 속에도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