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투표를 한다면? 차를 끌고 투표소 안으로 들어와 투표 후 바로 떠날 수 있다면? 심지어 투표소를 적재한 차량이 직접 유권자를 찾아다닌다면 어떨까.
해외에는 이색투표소들이 많다. 국민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데 장소가 뭐 그리 중요할까. 국민의 참정권과 편의를 위해 마련된 해외의 ‘특별한 투표소’들을 살펴봤다.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 때 로스엔젤레스에 마련된 수영장 투표소 모습. 사진=AP통신 |
지난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때 각 주마다 다양한 투표소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로스엔젤레스의 한 투표소는 수영장 앞에 설치됐다. 풀장 앞에서 투표를 해야 하기에 자칫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투표하러 왔다가 물에 빠져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인지 노란색 띠로 안전선을 만들어놨지만 어쩐지 허술해 보인다. 수영장의 깊이는 90cm로 그리 깊지는 않은 편이다.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 때 버지니아 주의 한 교회에 투표소가 설치됐다. 사진=AP통신 |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 때 캘리포니아 주의 한 납골당 투표소 모습. 사진=블룸버그 |
미국 버지니아 주에 위치한 한 교회에서 투표가 이뤄지기도 했다. 시민들은 십자가가 그려진 액자 아래서 투표를 했다. 자칫 기독교를 믿지 않는 시민들에게는 불편함을 줄 수도 있겠지만 조용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투표에 임할 수 있도록 했다.
이보다 더 경건한 마음으로 투표를 해야 하는 곳도 눈에 띄었다. 바로 납골당이다.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의 한 납골당은 투표소로 사용됐다. 천사들이 그려진 스테인드글라스 아래서 차분하게 현명한 선택을 고민하는 모습이다. 죽은 사람들을 기리는 장소에서 미래의 일꾼을 뽑는 심정은 또 남다를 것 같다.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 때 일리노이 주의 한 세탁소에 마련된 투표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일리노이주 시카고에는 세탁소에 투표소가 설치됐다. 시민들은 투표용지를 받아 드럼 세탁기 앞에 있는 기표소로 이동해 투표했다. 동네근처에서 가볍게 투표를 즐기는 모습이다.
한국의 19대 대선 토론회에서 한 후보가 “대한민국을 세탁기에 돌려버리겠다”는 발언을 했는데 이들도 이런(?) 생각을 가지고 세탁소에 투표소를 설치한 것일까? 그건 아니고 국민의 여가와 편의를 최대한 감안한 미국 선관위의 조치로 보인다.
지난 3월 네덜란드 총선에 등장한 '드라이브 스루' 투표소 모습. 사진=NTD TV 캡처 |
지난 3월 네덜란드 총선에 등장한 풍차 투표소. 사진=AP통신 |
지난 3월 치러진 네덜란드 총선에서도 이색투표소가 등장했다. 일명 ‘드라이브 스루’ 투표소다.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당국이 고안했다는데 실제로 투표율이 8%나 올랐다고 한다. 차를 타고 투표소 안으로 진입해서 잠깐 내려 투표를 하고 다시 떠나는 형식이다. 선거일은 공휴일인 만큼 여행을 계획하는 유권자가 많은데 투표 후 바로 떠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네덜란드 당국은 관광 명소인 풍차에도 투표소를 설치했다. 1895년에 지어진 커크 호븐스(Kerkhovense) 풍차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관광명소인 만큼 사람들이 찾아오기 쉽고 투표와 함께 주변 광경을 즐길 수 있어 주위의 이목을 끌었다.
지난해 5월 일본 참의원 선거에 사용된 '이동 투표소' 차량. 사진=산케이 뉴스 |
지난해 5월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는 사전투표를 위한 ‘이동 투표소’가 등장했다. 시마네현 하마다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자동차가 없어 이동하지 못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해 이동 투표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동 사전 투표소는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을 찾아다니며 노인과 장애인들의 투표를 도왔다. 차량은 10인승으로 노인과 휠체어가 접근하기 쉽도록 입구에 경사로를 설치했다. 차량 내부에는 참관인이 앉아 투표를 도왔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