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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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영준의 ★빛사랑] 票心 끄는 대선후보들의 '전국노래자랑'

'돌아와요 부산항에' 대전부르스' 등을 부른 조용필
19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각 후보들은 지역유세에 사활을 걸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며칠 남지 않은 시간에 좇겨 전국팔도를 누비며 표심을 사로잡는데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각양 각색인 후보자들의 표심 공략 중에 ‘전국노래자랑’ 유세가 눈에 띈다. 매주 일요일 방송되는 송해의 전국노래자랑이 아니라 대선후보가 유세에 나서면서 그 지역의 대표곡을 직접 부르며 표심을 끌어모으는 독특한 선거전략이기에 눈길이 간다.
 
여기서 노래 실력은 사실상 필요없다. 그 지역 대표곡을 그럴듯하게 울림 있게 뽑아내기만 하면 대성공이다. 유세장 청중과 뜨겁게 공감하고 그것이 표심으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전국노래자랑’형 유세전을 펼치고 있으며 더불어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특정 지역 유세에서 그 지역 대표성을 띤 노래를 부른다.  

홍 후보는 최근 대전 서대전공원에서 ‘대전부르스’를 부르는 모습이 TV카메라에 잡혔다. 이를 지켜보던 청중의 반응은 뜨거운 것처럼 비춰졌다.
 
‘대전부르스’는 대전지역을 대표하는 대중가요다. 1959년 안정애가 발표한 노래로 1980년대 ‘조용필과 위대한탄생’이 새롭게 편곡해 불렀다. 당시 이 노래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전 국민애창곡으로 사랑을 받았다.  

“잘 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 없이/ 떠나가는 새벽열차/ 대전발 영시 오십분∼’으로 시작하는 가사는 대전역을 배경으로 헤어지는 사람들의 아픔을 잘 담아냈다. ‘대전부르스’가 대전 한복판에서 대형 스피커를 통해 홍 후보의 목소리로 울려 퍼지며 표심을 파고들었다. 

홍 후보는 부산 유세에서는 지역 대표곡인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으로 표심을 공략했다. 이 곡 역시 조용필이 자신의 원곡을 빠른 템포의 밴드음악으로 바꿔 80년대 발표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부산을 상징하는 또다른 곡 ‘부산갈매도’도 있으나 홍 후보는 대중적으로 더 많이 알려진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전국노래자랑을 펼쳐 부산시민들에게 친근감 있게 다가갔다. 유세장에 모인 청중은 ‘떼창’으로 화답하며 홍 후보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내는 장면이 전파를 타기도 했다. 

지역에 따라 대표곡이 없는 곳에서도 ‘전국노래자랑’을 이어갔다. 대구에서는 1930년대 영화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주제가였던 김영춘의 ‘홍도야 우지마라’를, 광주 유세에서는 가수 이미자의 ‘영산강 뱃노래’를 부르며 표심을 끌어모았다. 대구를 상징하는 마땅한 곡이 없어 ‘홍도야 우지마라’로 대체한 듯싶다. 

홍 후보는 얼마남지 않은 선거기간에 또 어느 지역을 찾아가 어떤 노래로 유권자들을 만날지 궁금증을 더했다. 각 지역마다 대표곡이 많은데 인천은 1979년에 발표된 김트리오의 ‘연안부두’가 유명하다.
 
'목포의 눈물' 노래비
서울은 조용필의 ‘서울서울서울’과 패티김의 ‘서울의 찬가’가 꽤 알려졌으며 강원도는 1970년에 발표된 가수 김태희의 ‘소양강처녀’를 꼽을 수 있다.

충남은 조영남의 ‘내고향 충청도’와 충북은 제천시 봉양읍과 백운면을 연결하는 고개가 대표적인 박재홍이 부른 ‘울고넘는 박달재’가 대표곡이라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전북은 ‘남원애수’, 제주 ‘감수광’, 경남과 전북 ‘화개장터’, 경북 ‘신라의 달밤’이나 ‘안동역’등이 대표곡으로 불린다.    

최근에는 문재인 후보가 부산에서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안철수 후보가 목포에서 ‘목포의 눈물’을 열창하며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지역 대표곡들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저마다 얽힌 사연이 많다. 시대적 슬픔이나 애환을 담은 가사가 주를 이룬다.
 
이런 노래들은 그 지역 사람을 모이게 하고 마음을 움직여 단합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 지역 대표곡을 직접 부르며 유권자들과 소통하고 표심을 끌어모으는 선거전략이 호감받는 이유다.

추영준 선임기자 yjchoo@segye.com